울릉도에 있는 울릉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34명의 ‘전쟁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4일로 벌써 보름째를 맞았다. 이들이 수능을 치르기 위해 경북 포항시로 나온 건 지난 10일. 원래 수능 예정일이었던 16일을 엿새 앞둔 때였다. 울릉도에는 수능 고사장이 없고, 언제 날씨가 나빠질지 모르는 탓에 해마다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포항으로 나와 시험을 준비했다. 다른 수험생과 달리 일주일의 시간을 견뎌야하는 만큼 수십권의 문제집과 교과서, 갈아입을 옷으로 가득한 캐리어까지 끌어야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포항에서 변변히 묵을 숙소도 없다. 그동안 해병대 지원을 받아 청룡회관 내에서 생활했다. 수험생에게 어울리지 않는 넓은 연회장에서 원형테이블과 의자를 활용해 공부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올해는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심리적 부담이 더 컸다.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서 가뜩이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데 수능마저 일주일 뒤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시험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감안해 일주일치 짐을 꾸렸던 수험생들에게는 부담이 배로 늘어난 셈이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수능은 무사히 끝났다.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번엔 돌아가는 배편이 문제였다. 동해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포항과 울릉도를 연결하는 정기여객선은 23일부터 끊겼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 남부·중부 먼바다에 풍랑주의보 해제예정 시점인 27일 오전까지는 배편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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