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관리집사 ‘머슴’ 아닙니다


#김모(50)씨는 서울의 한 교회 20년차 관리집사다. 학교 경비 일을 하다 지인의 소개로 관리집사 일을 시작했지만 김씨는 요즘 이 일을 그만둘까 생각 중이다. 새로 부임한 목사가 걸핏하면 신경질을 부리고 하인처럼 대하기 때문이다. ‘갑질’이 따로 없다. 그는 날로 심해지는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아버지가 관리집사인 박모(16)군은 늘 교회 정문으로 출입한다. 교회사택에서 곧바로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게 창피했기 때문이다. 관리집사 아들이라는 사실을 자꾸 의식하다보니 교회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밤늦게까지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겉도는 자신이 밉다.

교회 사택에서 생활하고 예배당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집사는 한국교회의 ‘소외계층’이다. 실제 수고에 비해 그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원 A교회 이해원(가명‧45)사무장은 “우리교회 관리집사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연봉제 계약직이다. 매년 당회에서 고용을 계속할지 판단한다”고 했다. 서울 B교회에서 관리집사로 일하다 최근 해고당한 임성원(가명‧51)씨는 “우리는 교회라는 이름만 빼면 일반 계약직 노동자와 다를 게 없다.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리집사도 “관리집사가 비정규직이나 용역직으로 많이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년이 보장된 교회도 퇴직연령이 빠를 경우가 많다. 또 퇴직금이나 시간외수당 등을 받지 못할 때도 많다. 강원도 삼척 C교회 김모 관리집사는 “며칠 전 해임통보를 받았다. 55세 정년규정 때문이다. 퇴직금도 없고 노후보장도 안 되는 이 일을 계속해야할지 서글퍼진다. 새로운 곳에 가도 언제 해고될지 기약이 없다. 교인들은 추석선물을 나눠줘도 관리집사는 제외한다. 나이도 먹고 어디 좋은데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경기도 고양 D교회 관리집사 임모(49)씨는 “새벽예배, 철야예배 등을 준비하다보면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할 때도 많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집사는 “열심히 일해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고 목회자는 물론 교인의 눈치를 보는 생활이 계속되며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리집사 한 사람의 인건비로 부부 두 사람, 심지어 자녀들까지 봉사를 요구하는 게 보통이다. 관리집사를 ‘현대판 머슴’으로 착각하거나 담임목사의 비서 또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게 하는 교회나 목회자가 적지 않다.

아버지가 관리집사인 김모(16)군은 “관리집사는 아버지인데 왜 어머니와 자식까지 교회 일을 도와야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월급을 더 많이 주면 모를까 이건 정말 아닌 건 같다”고 꼬집었다.

관리집사의 부인들은 교회 내 부엌일까지 떠맡는 경우도 왕왕 있다. 광주 E교회 관리집사 부인 서모(50)씨는 “월급이 적어 늘 부족하게 생활한다.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 일을 도운 뒤 남은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잔뜩 싸 갖고 오곤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리집사의 부인 양모(43)씨는 “목사님 집안일을 할 때도 있다. 하루 종일 빨래, 청소 등을 도와드리고 몇 만원 손에 쥐는 날이면 기쁘기도 하지만 허리가 욱신욱신 아파온다”고 했다.

관리집사는 그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기도회를 준비하고 가장 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도 교인들은 불평과 불만이 많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청소를 깨끗이 안 한다’ ‘나이가 들어 동작이 느리다’ ‘인사를 잘 안 한다’ ‘목소리가 크다’ 등등.
관리집사도 때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인들의 눈에 관리집사는 놀고먹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상처받는 말을 듣는 날이면 두 세배 힘들다. 어떤 교회는 관리집사로 봉사하다 항존직 또는 시무장로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관리집사는 안수집사까지만 가능하다고 제한하는 교회도 있다.
교계 전문가들은 관리집사는 한국교회 부흥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열악한 복리후생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심만섭 목사는 “하나님의 교회를 섬긴다는 신실한 믿음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묵묵히 수고하는 관리집사들은 다른 성도의 신앙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한국교회 성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진정한 한국교회의 청지기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관리집사도 교회 안에서 똑같은 인격체이고 신앙인이며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 절대 소외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주시교시협의회 실무부회장 조광택 목사는 “관리집사에게 전달하는 사례비 액수를 따지기 전에 교인들이 평소 관리집사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따뜻한 마음과 눈길을 보냈으면 한다. 그럴 때 관리집사들이 위로받아 힘이 되고 더욱더 열심히 교회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목회자가 되기 전 관리집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정하 경기도 성남 샬롬교회 목사는 “목회자가 될 사람은 1년 이상 관리집사로 일하며 섬김의 훈련코스를 거쳤으면 한다”며 “그러면 목회를 해야 할지 말지 판단이 선다. 관리집사로 일하면서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 정신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관리집사(管理執事)란.
예배를 위해 교회 문을 여닫는 일을 비롯 예배처소 및 부속 건물과 비품 일체를 유지·보수·관리하는 교회 직분이다. 이외에도 전기·수도·음향시설·차량운행·주차봉사·청소까지 교회 일을 도맡아 한다. 구약시대 제사장의 성전제사를 돕고, 성전을 관리하던 레위지파 사역에서 비롯됐다(민 18:1~7, 대상 23:2~4, 대하 29:12~36, 35:5). 과거엔 ‘교회지기’ ‘창고지기’ ‘종지기’ ‘사찰' ’사찰집사'로 불렸다. 큰 교회에선 ‘교회 관리 봉사자’라고도 호칭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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