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여도 찍을 수 있어요. 그저 다르게 볼 뿐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취재 의뢰를 받고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사진·회화전’을 찾아갔습니다. 전시장에는 빛과 어둠의 대조가 유난히 극명한 사진이 1점 있었습니다. 시각장애 1급 강완식 작가가 쪽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찍은 태양빛입니다.



강 작가는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는 질문에 우선 ‘빛’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대략적으로 빛이 저쪽에 있고 사진으로 찍어보면 느낌이 나오겠다 싶으면 찍어요. 햇빛이 쫙 들면 알 수 있거든요. 하나도 안 보이는 사람도 안면에 따뜻하고 차갑고 그런 느낌을 받잖아요.”라며 자신의 촬영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강 작가는 어둠의 틈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빛 조각을 포착해 작품으로 만듭니다. 이걸 카메라에 담기 위해 청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까지 사용합니다.

“꽃향기라든지 물비린내, 맛있는 음식냄새, 이런 것들을 이용해서 찍을 수 있겠죠. (자신의 아이를 찍을 땐) 아기들은 돌아다니니까 아기 소리가 나면 방향을 대략 맞춰서 찍어봅니다. 기술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진을 찍을 때 셔터가 느리면 흔들리니까 그런 걸 고민해서 찍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각만큼 중요한 게 바로 비장애인과의 소통입니다.

“좋은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죠. 풍경을 설명해주면 도움을 받는 거죠. 저 멀리에 나무가 서있는지 안 서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잖아요. 흔들린 게 있는지 없는지 이런 것들도 비장애인한테 물어봐서 좋은 사진을 골라요. 그래서 호흡이 잘 맞아야죠. 소통이 잘 돼야죠.”

강 작가는 2007년 상명대 ‘마음으로 보는 세상’ 전시회에서 사진을 배웠습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 전시회는 시각장애인들이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학생들에게 사진을 배우며 찍은 작품들을 전시하는 사진전시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은 예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사진·회화전을 주최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를 딛고 예술가로 서기까지의 고된 시련. 이것이 얼마나 작품 속에 녹아있는지 잘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라며 장애 예술인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윤광식 국제문화협력지원센터 사무총장은 “생각보다 장애 예술인의 저변이 대단히 넓고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그런 것을 마련해주는 기관도 없고 혼자 다해야하는 거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면서도 사진을 찍는 강 작가의 마음은 어떨까요. 강 작가는 그냥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찍는 사진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 찍으면서 취미로 재밌게 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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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임연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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