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화면 캡처

뇌성마비 오진으로 13년간 병상에 누워 있던 지수(20)씨가 오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의료진이 아닌 28년 경력의 물리치료사 윤명옥씨를 통해서였다. 윤씨는 6일 SBS 프로그램에 출연해 5년 전 지수씨를 처음 본 날을 회상했다. 그는 “그런 아이들(뇌성마비 환자)과는 움직임이 분명히 달랐다”며 “제가 봤을 때는 (지수 씨가) 분명히 움직임을 조절 못 하는 것은 맞는데 뇌성마비에서 나타나는 양상과는 달랐다”고 전했다.

특히 지수씨의 마비 증세가 아침에는 나아진다는 가족의 말을 듣고 뇌성마비가 아닌 제3의 질병일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까치발로 걷는 등 보행 장애를 앓았던 지수씨는 2001년 3세 때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후 국내외 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목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경직성 사지마비부터 2011년에는 뇌병변장애 1급 판정까지 받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하지만 2012년 7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지수씨는 물리치료사 윤명옥씨를 만나게 됐다. 윤씨가 “움직임이 다르다”며 “진단을 다시 받아 보라”고 조언하자 가족은 해당 병원에 MRI 사진 판독을 의뢰했다.

MRI 사진을 판독한 병원은 지수씨의 병이 뇌성마비가 아닌 ‘세가와 병’이라고 진단했다. 이 병의 대표적 증상은 뇌성마비와 유사한 ‘비정상적인 걸음걸이’다. 주로 소아에서 나타나는 이 증상은 신경전달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생한다. 소량의 도파민 약물로 장기적 합병증 없이 치료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바로 세가와 병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지수씨는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오진으로 13년간 병상에 누워 있었던 지수씨의 가족은 2015년 10월 뇌성마비 오진 판정을 내린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였다. 대구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신안재)는 6일 피고인 대학병원이 원고인 지수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학병원 측은 “지수씨에 대한 초진 당시에는 국내외 의료계가 세가와 병을 진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환자 보호자가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해외 병원까지 다녔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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