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 뉴스 게시판에서 ‘옵션 열기’로 문장을 시작한 댓글이 발견됐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에 미숙한 누군가가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할 목적으로 남긴 흔적으로 의심되고 있다.

‘옵션 열기’는 누가 남긴 흔적일까. 인터넷상 정황을 종합하면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 활용에 미숙한 포털 사이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원’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특정 정치세력의 ‘댓글 부대’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옵션 열기’는 지난 5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포착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댓글을 계기로 주목을 끌었다. 이 이용자는 공무원 충원을 다룬 인터넷뉴스 댓글 게시판에서 “옵션 열기 공무원수 늘리면 나라 2년 안에 망하고 최저 임금 올리면 1년 안에 망한다. 법인세 인상하면 3년 안에 망한다. 그런데 문재인 이 인간은 이 3개를 모두 같이 한다. 대한민국 끝났다”는 내용의 댓글을 발견했다.

댓글 도입부에 등장한 ‘옵션 열기’는 문맥상 어색했다. 그 아래에는 “어디서 복사했기에, 옵션 열기 공무원은 뭐야”라는 추가 댓글이 붙었다. 이 댓글을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는 “정말 웃긴다. ‘댓글 부대’가 급했는지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내용을 복사해 붙였다”고 했다. 이 이용자의 게시물은 이틀 사이에 2500회 이상 재배포됐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졌다.

‘옵션 열기’는 누군가가 게시글을 반복적으로 유포할 목적으로 복사해 붙여넣는 과정에서 실수로 남긴 흔적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옵션 열기’가 어느 전자기기의 기능을 나타낸 문구인지, 게시판의 항목을 나타낸 문구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옵션 열기’를 7일 트위터에서 검색한 결과. 대부분 비난이다. 트위터 화면촬영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옵션 열기’를 7일 트위터에서 검색한 결과의 일부.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적혀 있다. 트위터 화면촬영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옵션 열기’를 7일 트위터에서 검색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일부 비판도 있었다. 트위터 화면촬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옵션 열기’를 7일 트위터에서 검색한 결과의 일부. 어느 댓글 게시판에 작성한 아이디를 게시글 내용과 함께 복사하는 과정에서 ‘옵션 열기’가 따라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 트위터 화면촬영

젊은이들의 관심사에서는 ‘옵션 열기’를 흔적으로 남긴 트윗이 7일 검색되지 않았다. 트위터 화면촬영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7일 아침 방송에서 ‘옵션 열기’를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주도로 운영됐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댓글 부대’의 정황으로 지목했다. 그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증거로 볼 만한 것을 찾았다. 지금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말로 ‘옵션 열기’ 네 글자를 검색해 보라. ‘옵션 열기’란 단어가 포함된 댓글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 이후 ‘옵션 열기’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장악했다.

‘옵션 열기’가 포함된 게시글은 포털 사이트나 SNS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트위터의 경우 ‘옵션 열기’는 정치적 키워드에서만 발견됐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은 물론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남기는 과정에서 ‘옵션 열기’로 시작된 트윗이 많았다.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일부 보수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자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댓글 부대’ 수사의 속도를 높일 목적으로 정황 증거를 조작해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옵션 열기’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게시물에서도 검색된다.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과정에서도 ‘옵션 열기’가 흔적으로 남았다.

‘옵션 열기’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활용에 미숙한 포털 사이트 및 SNS의 중·장년층 회원이 정치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남긴 흔적으로 추정된다. 같은 글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옵션 열기’가 따라붙은 사례도 있었다. 젊은이의 관심사인 운동선수, 가수, 게임 등에서 ‘옵션 열기’의 흔적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트위터에서는 단 1건도 없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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