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포용과 도전 제18차 조찬세미나 ‘외상센터의 역할'에서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김성찬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 참석해 ‘외상센터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내년도 권역외상센터 예산이 212억원 증액된 데 대해 “정치권과 언론이 예산을 만들어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타나 다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국종의 활약으로 증액됐다고 하는데 민망하다”고 말한 그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웬만하면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지만 아덴만 이후 이런 일을 너무 많이 당했다”며 “내 이름 팔아서 ‘이국종 꿈 이뤄지다’라고 신문에 났는데 그 예산으로 산 헬리콥터는 다른 병원에 갔다”고 했다.

게다가 “2012년에 5개 외상센터 선정하는데 우리 병원은 날려버렸다”며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냐”고 부끄러워했다. 또 “7년째 얘기해도 (헬기에서 쓸) 무전기 한 대를 안 주는데 이국종의 꿈이 이뤄지다? 이게 무슨 이국종의 꿈이냐”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국회에서 도와줘 ‘응급의료기금’이 만들어졌지만 2009년까지 기금이 중증외상분야로 들어오는 걸 본 적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기금 예산을 측정할 때는 중증외상을 앞에 세우지만 의료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금쪽같은 기금이 중증외상센터로 넘어오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이 좋은 뜻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밑으로 투영이 안 된다. 외상센터는 만들었는데 환자가 없으니 (병원장들이 우리에게) 일반 환자를 진료하게 한다”며 권역외상센터의 실상을 털어놨다.

“국민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는 이 교수는 “(청와대에)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중증외상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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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정치’도 언급했다. 의료계에서 쏟아지는 눈총을 설명하던 이 교수는 “병원장, 진료부장으로부터 이국종 필요 없으니 외과 외래 및 입원 진료를 중단해 달라는 공문도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한 고위 공직자는 이국종만 없으면 조용할 텐데, 뭐 하러 힘들게 트라우마 센터를 만드냐고 했단다”며 “만날 밤 새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들다. 이런 게 현실”이라고 폭로했다.

또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료계의 주류”라며 “아덴만 작전 때부터 이런 것에 너무너무 시달렸다. 이런 돌이 날아오면 저 같은 지방 일개 병원에서는 죽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누가 뭐라고 욕하든 저는 야간비행을 하겠다”며 “복지부에서 닥터헬기 지급을 안 해준다고 해도, 소방헬기를 더 이상 타면 안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전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외상외과 의사가 밤이라고 일 안 하지 않는다”며 “저는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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