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혈의 위생적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생리컵 ‘페미사이클(Femmycycle)’의 국내 수입 및 판매를 허가한다고 7일 밝혔다. 국내에서 생리컵이 시판되기는 처음이다.

수입이 허가된 생리컵은 미국 펨캡사의 제품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10개국에서 정식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리컵은 그동안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왔다. 출시를 위해서는 의약품 당국으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 받아야 하며 페미사이클이 처음 검증을 거쳐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생리컵 심사 과정에서 독성시험과 품질적합성 시험을 실시했고, 제품 사용 시 실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는지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제조 생리컵 1종과 해외 제품 2종에 대한 심사가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 ‘생리컵 허가’로 이어진 ‘깔창 생리대’ 충격


시작은 ‘깔창 생리대’였다. 저소득층 소녀들이 비싼 생리대 가격을 감당치 못해 ‘신발 깔창’ ‘수건’ ‘휴지’ 등으로 버틴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생리대 가격의 적정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리대값은 개당 331원으로 일본·미국(181원), 프랑스(218원), 덴마크(156원) 등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싸다.

이유는 생리대 생산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경우 기업이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 쉬운 독과점식 가격 결정 구조에 있다.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2016년 기준)은 유한킴벌리 57%, LG유니참 21%, 깨끗한나라 9%, 한국P&G 8%로 4개 업체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생리대값 거품 논란과 관련해 생리대 제조사 3곳을 직권 조사했다.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지만 국정농단 사태 및 정권교체와 맞물리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깔창 생리대’ 논란에 출시된 저가 생리대는 시장에서 점차 인지도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5월 전국에서 판매된 2000∼3000원대 저가 생리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생리대 시장은 저가 수입품이 일부 있었지만 고품질 선호도가 높아 판매는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된 국산 저가 생리대는 합리적 가격과 품질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반기에는 LG유니참도 30∼40% 가격을 낮춘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어 또다른 대안으로 ‘생리컵’이 거론됐다.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인 ‘생리컵’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당 2만∼4만원대로 저렴해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대중화됐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컵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여성용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는 “청소년에게 낯선 생리컵 사용법을 알리고 거부감을 줄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 성향과 신체 상태에 따라 생리제품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대안 떠오른 ‘생리컵’

지난 8월 국내 시판 중인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은 “쓸 수 있는 생리대가 없다”고 호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사이트에는 생리대 부작용 사례가 쇄도했다.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아 검출 시험을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교수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현재 시판 중인 생리대에 벤젠 등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같은 유해물질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이 같은 발암·독성물질이 과연 생리대 착용시 인체에 얼마만큼 흡수가 되는지, 또 그 양이 실제로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생리대 안전 검증을 도맡은 주무부처이지만 이번 사태 전까지 VOCs의 첨가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나머지 성분도 마찬가지다. 생리대는 성분 표시 기준조차 명확치 않아 도대체 어떤 화학물질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생리대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대안으로 면생리대가 다시 팔리고 생리컵 수입허가를 재촉하는 등 탈(脫) 생리대 움직임이 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