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우울증 “미워하는 자 위해 기도하라”

“우리 아버지, 우리가 오늘 하루 노동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 정성을 다하게 하소서. 진리를 탐구할 때 부지런함과 정직한 탐구심을 주소서. 동료들을 대할 때 사랑으로 하게 하소서. 주어진 과제와 책임을 수행할 때 즐거움과 용기와 평정을 주소서.”(라인홀드 니버의 ‘하루의 노동을 위해’)

얼마 전 상영된 일본영화 ‘잠깐만, 회사 좀 그만두고 올게’는 제목 자체가 월요일 출근이 힘든 직장인,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직장인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매일 자신을 무시하는 상사를 마주해야 했고, 즐기지도 못하고 성과를 내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우울해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친구를 통해 새 인생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독일작가 마르틴 베를레의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가 출간됐을 때도 관심이 높았다. ‘직장이라 쓰고 정신병원이라 읽는 이들에게 보내는 연서’라는 부제가 더 큰 공감을 얻었다. 직장인 관련 영화와 책이 관심을 끈 것은 그만큼 힘들어하는 직장인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얘기다.

일터 사역자들은 “삶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을 때 직장인들이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따라서 삶의 모든 주권을 하나님께 맡기고 삶의 푯대를 세워야 한다.

직장인 K씨(48)는 대기업 식품업체에 18년간 근무했고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상명하복의 직장문화 속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상사·동료와의 의견 충돌, 과도한 업무로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하다. 회사만 들어서면 신경이 곤두서는 것과 동시에 우울한 마음이 든다. 성격이 예민해지다 보니 매사 자신감도 줄고, 집중력도 떨어져 업무효율도 도무지 오르질 않는다. 요즘 회사에 가는 게 죽을 만큼 싫다.

한국의 직장인 10명 중 7명이 K씨와 같은 무기력과 우울감을 느끼는 ‘회사 우울증’을 겪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910명에게 회사 우울증 경험을 물은 결과 68.8%가 ‘있다’고 답했다. 회사 우울증이란 회사 밖에서는 활기찬 상태이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회사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술이나 담배로 해소한다’는 응답이 25.9%로 가장 높았다. 10명 중 1명 정도인 11.5%의 직장인은 회사 우울증 극복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누적되면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 쉴 틈 없는 업무의 나날 속에서 영성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어떻게 우울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인간관계
월급도 맘에 들고 하는 일이 좋아도 자신의 감정을 무시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는 사람 때문에 직장생활이 괴로울 때가 있다. 직장 내 스트레스로 퇴사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고 있으며, 심지어 직장 상사의 업무스타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 내 중요한 스트레스 원인은 인간관계이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직장사연연합대표 방선기 목사는 크리스천 직장인은 ‘경쟁력은 갖되 경쟁심은 갖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을 이기기 위해 시기와 질투를 하는 경쟁심은 죄다. 그러나 영성과 실력을 갖춘 요셉과 다니엘처럼 경쟁력은 갖춰야 한다. 후배가 잘되는 것을 질투한 성경의 인물 사울왕은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다’라는 백성들의 노래를 못 견뎌했다. 다윗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증에 시달렸다.”

갈등 해결의 지혜를 얻는 길은 여호와를 신뢰하고 그분께 답을 구하는 것이다. 누가복음 6장 27∼36절과 17장 3∼4절은 ‘일터신학’ 분야에서 이른바 ‘갈등의 윤리학’이라고 불린다.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눅 6:27~28)

또 방 목사는 현대인의 일중독을 우려하며 “지금 적당히 쉬지 않으면 나이 들어 병원에서 오래 쉬게 된다”고 충고했다. 부지런함과 일중독은 다르다. 쉬는 게 불안하면 일중독이다. 일중독은 성취감보다는 탈진과 우울증을 불러오는 병이다. 중독은 탐심이며, 탐심은 우상숭배이다. 쉴 때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골3:5)

일터 사역자들은 까다로운 상사가 있다면 그를 위해 먼저 기도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감정을 정리하라고 권면한다. 그럼 인간관계에서 인내와 관용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종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벧전 2:18) 또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억울한 감정이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다툼 끝에 사표를 내고 퇴사하는 경우는 한 번 더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다시 오지 않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감정정리를 하고 퇴사해야 한다는 것. 또 상사가 싫어서 퇴사한 경우라도 길에서 만났을 때 인사 나눌 정도의 인간관계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해소 방법
남성사역연구소장 이의수 목사는 “미래에 대한 비전, 삶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을 때 직장인은 우울해진다”며 “이 우울감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터에 대한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승진이나 높은 연봉이 우울감을 덜어 줄 수 없습니다. 소명과 사명을 구분해야 합니다. 크리스천에게 ‘소명’은 부르심을 받은 자리, 즉 일터이고, ‘사명’은 소명받은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책상이 소명의 자리라는 자기 확신이 분명하면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왜 이렇게 형편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을 때, 이 불편함을 털어버릴 방법은 감사기도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홀로 산책하며 감사기도를 드린다. 또 출근 후 1분 정도 책상에 손을 얹고 이 자리가 소명의 자리가 되게 해달라는 ‘축복기도’를 한다. 자신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살도록 도우심을 구한다. 출근해 내 삶의 모든 주권을 하나님께 맡기며 자신을 격려하는 기도를 하고 점심식사 후 산책기도를 통해 오전에 쌓인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날린다면 마음을 좀 더 건강하게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흔들려도 괜찮다. 우울해도 괜찮다. 단 우울감이 내 감정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우기 전에 모든 염려를 주님께 맡겨야 한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벧전 5:7)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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