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들 돕던 유바울 선교사, 교통사고로 소천

피랍 당시 상처 딛고 헌신하다 안타까운 사고 당해

유바울(본명 유경식) 선교사 생전 모습. 뉴스트리 제공

10년 전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탈레반에게 피랍됐다가 풀려났던 유바울(본명 유경식·65) 선교사가 지난 6일 경기도 성남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유 선교사는 피랍 사태 이후 2014년부터 그리스에서 아프간 난민 사역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는 선교 보고를 위해 지난 11월 한 달 간 한국을 방문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달려오던 버스에 부딪쳐 병원에 긴급 후송됐으나 안타깝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유 선교사는 2007년 7월 경기도 성남 분당샘물교회 봉사대원 23명 중 한 명으로 아프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쉰다섯의 나이로 고려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늦깎이 전도사였다. 당시 인솔자였던 배형규 목사와 대원 심성민 성도는 탈레반에 의해 끝내 희생됐다. 유 선교사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만약 탈레반이 인질을 처형한다면 나이가 제일 많은 내가 고난의 가장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바울 선교사(왼쪽)과 박은조(샘물교회) 목사가 지난 9월 그리스 아테네 아가페 센터 앞에서 기념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트리 제공

피랍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을 2011년 무렵. 유 선교사는 그리스에 아프간 난민이 많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지를 찾았다. 아테네에서 무료급식소와 교회를 세워 난민 사역을 하고 있던 양용태 선교사가 잠시 안식년을 갖는 4개월 동안 대신 사역을 맡았다. 이때의 경험은 아프간에서 겪었던 아픔을 섬김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14년 2월 무렵 아테네에서 아프간 난민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5년 7월 19일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아가페 센터’를 완공하고 첫 예배를 드렸다. 마침 피랍 당했던 날과 같은 날짜여서 유 선교사에게는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됐다.

유바울 선교사(맨 오른쪽)가 영어 교육을 맡고 있는 아프간 난민과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은조(샘물교회) 목사. 뉴스트리 제공

유 선교사는 아프간 난민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언어 교육과 직업 훈련에 힘썼다. 정규 영어 강의를 개설하고 그리스어를 가르쳤다. 난민들이 일자리를 얻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목사와 선교사를 길러내고, 기술을 가르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비즈니스 선교사도 훈련했다.

최근까지 난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쉼터는 4개가 완공됐고 내년에는 추가 건설을 앞두고 있다. 현지 난민교회의 교인은 70여명으로 늘어 분립개척을 앞두고 있다. 유 선교사는 현지인에게 난민 교회를 맡기고 새롭게 교회를 개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가페 센터와 관련된 아프간 난민 사역은 유 선교사가 사고를 당해 향후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박은조(은혜샘물교회) 목사는 “피랍 사건 이후 아프간과 관련된 사역을 다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유 선교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생을 헌신했다”며 “유가족과 아프간 난민 사역을 위해 함께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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