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원장·간사가 결정

상임위 심사는 하나마나
“예산안 협상 주역들이 챙긴

지역구 예산은 천문학적”

장제원, 당 지도부 공개 비판
“상임위, 예산편성 적극 개입

증액 예산 결산심사 강화를”

해마다 국회 예산안 심사가 끝나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진다. 예산안 증액 심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과 기획재정부만 참여하는 ‘밀실’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증액된 예산에 대한 결산 심사 및 상임위원회 예산 심사 강화, 증액심사 과정 전면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일 새벽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 증액 내역은 본회의 직전에야 공개됐다. 수정 예산안에는 올해도 이른바 여야 실세로 불리는 지도부·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반영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운영비 1억2500만원이 증액됐다. 예결위원장인 백재현 민주당 의원과 간사인 윤후덕 의원 지역구에도 각각 5억4000만원과 7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김태년 정책위의장 지역구에는 파출소 신축 예산 30억9500만원이 증액됐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우택 원내대표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 관련 예산이 14억원가량 증액됐다.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 김도읍 의원 지역구에도 각각 164억원과 71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예결위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 지역인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 일대에는 무려 1806억원의 예산이 ‘투하’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못 가진 자’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8일 “상임위에서 아무리 증액 의견을 내도 결국 증액은 예결위원장과 간사들이 다 결정하기 때문에 상임위 예산심사는 하나마나”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들 예결위에 한 번 들어가려고 당 실세들에게 줄 서는 구태가 반복된다”고 성토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야당 예산안 협상 주역들이 챙긴 지역구 예산이 천문학적”이라며 한국당 원내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짬짜미 증액’ 논란의 해법으로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산 심사 강화를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땄는지를 볼 것이 아니라 증액된 예산을 지역에서 얼마나 제대로 집행했는지를 결산 심사에서 철저히 평가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어 정작 예산 집행이나 사업효과는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산 심사를 강화해 증액 예산의 ‘엉터리 집행’ 내역이 공개되면 의원들의 무분별하고 소모적인 ‘증액 전쟁’도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국회 상임위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 초선 의원은 “예산 전문가도 아닌 예결위 간사 세 명이 전국 각지의 예산 증액을 결정하는 구조는 상식적이지 않다”며 “각 상임위와 관련 부처에 예산 상한을 정해 예산 편성 단계부터 상임위와 부처가 증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내용이 일절 공개되지 않는 예결위 간사 간 ‘소소위(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소위원회) 협상’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 기한이 부족해 소소위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협상 내용을 예결위원들도 모르는 것은 문제”라며 “소소위가 회의록을 남기게 한다면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증액 심사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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