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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되면 “당(糖)이 떨어진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관용구처럼 쓰이고 있는 이 말은 사실 과학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우리 몸은 당이 부족했던 적이 없다.

흔히 사람들이 ‘당 충전’을 위해 먹는 음식은 인공적인 ‘첨가당’을 함유하고 있는 가공식품이다. 첨가당이란 설탕·물엿·시럽 등 가공식품 제조 과정이나 음식 조리 시 첨가되는 당을 말한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에도 포도당이 들어 있고, 체내 단백질과 지방 중 일부도 포도당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식품 자체에 들어 있는 수준의 당만으로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양은 충족된다.

1. ‘슈거 블루스’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설탕을 찾는 것은 ‘일시적인 쾌락’ 때문이다. 설탕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과 마약 같은 쾌락을 주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그래서 단 음식을 먹었을 때 일시적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설탕을 찾게 될 경우 설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포스트 수석 기자 윌리엄 더프티는 자신의 저서 ‘슈거 블루스(Sugar Blues)’에서 이러한 설탕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슈거 블루스’를 “보통 설탕이라 불리는 정제 수크로오스(sucrose)의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 및 정신의 복합적인 질환”이라 정의했다.

2. 설탕의 역사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쿠바, 태국, 호주 등 연평균 기온이 20℃ 이상인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재배된다. 사탕수수 재배는 기원전 8000년 태평양 남서부의 뉴기니 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탕수수는 기원전 6000년경에는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거쳐서 마침내 설탕 생산의 원조국인 인도에 도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설탕은 유럽에서 ‘고급 감미료’로 대접받았다. 과거 영국에서 설탕 1파운드(약 0.45㎏)의 가격은 당시 웬만한 노동자의 1년 치 월급과 맞먹었다. 15세기 콜럼버스가 사탕수수를 아메리카로 들여오면서 주산지가 바뀌었고, 16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설탕은 비교적 늦게까지 비싼 식품이었고, 1960년대에는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면서 설탕은 우리나라에서도 비로소 ‘흔한 것’이 됐다.

3. 우리 국민들은 당을 얼마나 섭취할까

2016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당류 섭취 기준을 1일 열량의 10~20%로 설정하고 있다. 하루 섭취 칼로리를 2000㎉로 잡아 환산하면 무게로는 50~100g이다. 그러나 이는 국제 사회 기준에 비하면 느슨한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열량의 10%(50g)이내 섭취를 권고하고 2015년부터는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5%(25g)이내로 줄일 것을 추가로 제안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당류 일일섭취량은 2011년과 2012년 68.1g, 2013년 72.1g, 2014년 76.0g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WHO 권고안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4. 나도 설탕 중독?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건강 전문 기고가 겸 피트니스 트레이너 캐서린 바스포드는 저서 ‘설탕, 내 몸을 해치는 치명적인 유혹’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① 식사 후 달콤한 후식이 끌린다 ② 한낮에 나른하고 졸린 기분을 주기적으로 느낀다 ③ 식사 후 3시간가량이 지나면 급격히 힘이 빠진다. 이 중 ‘예’라고 대답한 문항이 있다면 이미 설탕중독 초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5. 일상생활에서 먹는 음식 속 당류는 얼마나 될까

2012년 수치를 토대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전체 당류 섭취량의 61.3%를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 이 중 당류 섭취 기여도가 가장 큰 식품군은 음료류(34.3%)였고 빵·과자·떡류(15.0%), 설탕 및 기타 당류(14.5%)가 뒤를 이었다. ‘커피 공화국’이라는 별명답게 음료를 통한 당류 섭취가 압도적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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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現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12년 22개 브랜드의 음료 1136종에 대한 당류 함량을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스무디와 핫초코가 WHO 권고안의 64%에 달하는 당류를 함유하고 있었으며, 에이드류 역시 50% 이상의 설탕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푸치노(3%)와 카페라떼(9%)를 제외한 라떼류 음료들 역시 30%내외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6. 식품의약품안전처 “일일 당류 섭취량 50g까지 내리겠다”

식약처는 2016년 발표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에서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성인의 경우 2000㎉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50g이므로 WHO 권고 수준까지 내리겠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현방안으로 식약처는 ① 국민 개개인의 식습관 개선 및 인식 개선 ② 당류를 줄인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 ③ 당류 줄이기 추진기반 (당류 함량 DB 등)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시도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해결방안은 개인 스스로의 의지다. 적정량의 당류 섭취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설탕 섭취는 이렇게 ‘슈거 블루스’라는 질환을 가져올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다. 해당 책을 통해 역설한 윌리엄 더프티의 “설탕을 끊으라”는 주장은 다소 과격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관심을 갖고 적정 수준에서 자제하려는 ‘건강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슈거 블루스

더피플피디아는 국민(The People)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말입니다. 문헌과 언론 보도, 또는 관련자의 말과 경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자료로 축적하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이소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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