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부가 28일 암호화폐(가상화폐)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보름 전 내놓은 긴급대책보다 강력한 어조를 사용했고, 규제 대상과 처벌 방안을 뚜렷하게 명시했다. ‘부실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격랑에 휘말렸던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특별대책을 살펴보면 정부의 규제 대상은 ‘개미’보다 ‘큰손’을 향하고 있다. 시장을 교란해 차익을 국외로 반출하는 ‘작전 세력’, 거액의 수수료 이익만 챙기고 해킹·뱅크런 가능성을 무방비로 노출한 일부 부실 거래소가 바로 ‘큰손’에 해당한다.

1.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정부는 특별대책에서 “관리비, 등록금, 범칙금의 효율적 납부를 위해 제공되는 은행 가상계좌가 암호화폐 매매 계정으로 활용돼 투기를 확산하고 금융거래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존 은행의 사설 거래소 가상계좌 발급 중단 ▲사설 거래소의 신규 회원 가상계좌 제공 중단 ▲사설 거래소 기존 회원의 가상계좌 이전작업을 다음달 중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거래 실명제는 ‘작전 세력’의 시장 교란으로 인한 내국인 투자자 자본의 국외 반출을 막을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미국, 홍콩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작전세력’은 그동안 커뮤니티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위정보를 유포한 뒤 시세 차익을 얻고 그 자본을 해외로 반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사설 거래소와 은행 계좌를 등록한 내국인 투자자는 거래 실명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불건전 거래소 금융 서비스 중단

정부는 특별대책에서 “암호화폐 사설 거래소의 지급·결제 서비스 운영 현황을 이달 중으로 은행권과 함께 점검하고, 긴급대책을 따르지 않은 거래소에 대해 금융 서비스를 배제하겠다”고 선포했다. 개인정보 보호정책, 해킹 방지, 서버 확충이 미미한 사설 거래소를 사실상 퇴출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미 지난 13일 긴급대책에서 “개인정보 유출, 해킹, 서버다운 등 사설 거래소의 구조를 파악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설 거래소 건전성 평가는 거래 실명제와 마찬가지로 내국인 투자자를 보호할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시장의 분위기도 사설 거래소 건전성 평가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사설 거래소 유빗은 지난 19일 새벽 발생한 해킹사건에서 전체 자산의 17% 손실을 복구하지 못하고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폭락장에서 사설 거래소의 뱅크런 가능성까지 언급돼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법무부는 특별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설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정부는 이 의견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암호화폐 시장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3. “악용 범죄 원칙적 구속 수사”

특별대책은 긴급대책보다 강력한 처벌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 악용 범죄의 수사 범위를 넓혀 매매·중개 과정의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법정 최고형 구형 원칙을 세우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미 암호화폐 채굴기 판매 빙자 사기사건을 수사해 18명을 구속기소했다. 관세청은 지난 14일부터 중국 위안화 환전소 집중 지역에서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2018 암호화폐 관련 범죄 집중단속 계획’을 전개할 계획이다. 단속 대상은 ▲암호화폐 매개 자금모집 등 다단계 사기·유사수신 행위 ▲채굴 빙자 투자사기 ▲거래 자금 환치기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자금세탁 등 범죄수익 은닉 ▲사설 거래소 불법행위 등 5가지다. 정부는 “환치기 등 불법 외환거래 혐의로 업체 4 조사 중”이라며 “우범 환전업체, 고액·빈번 암호화폐 거래자를 철저히 조사해 위법 사항을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다.

4. 시장 반응은?

예상대로 ‘큰손’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정부가 특별대책을 발표한 오전 11시부터 암호화폐 시장은 폭락장으로 돌변했다. ‘대장화폐’ 비트코인은 2100만원 선에서 순식간에 1800만원 선까지 추락했다. 크리스마스 폭락장과 회복장을 경험한 시장은 금세 가격을 되돌려놨지만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후 5시 현재 사설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198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보다 10% 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정부 특별대책을 악재로 여기는 투자자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프리미엄’을 상당수 걷어내고 ‘큰손’의 교란을 막은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 프리미엄’이란 암호화폐 가치가 국외보다 10%가량 높은 현상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김프(김치 프리미엄)’로도 불린다. 작은 사건에 요동치는 비트코인보다 내실과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알트코인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움직임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정부 암호화폐 특별대책

더피플피디아는 국민(The People)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말입니다. 문헌과 언론 보도, 또는 관련자의 말과 경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자료로 축적하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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