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사회, 주눅 든 젊은이들을 염려하는 통계는 넘쳐난다. 창업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거나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 안정적 대기업을 선호하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는 해마다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한 사회에서 도전정신이 사라진다는 것은 제도와 조직, 기업이 모두 노쇠해진다는 의미”라며 안타까워했다.

청년들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접근법이 달랐다. 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절벽’ 앞에서 대입, 취업, 주거마련, 결혼, 출산의 시험대를 마주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마냥 독려하며 다그치기만 하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도전 DNA를 되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사례와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 도전을 장려할 뿐 아니라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도전을 미뤄서는 안 된다. 시대와 환경 탓만 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도전을 가로막는 세상을 바꾸는 것도 도전이다.

안주하는 사회

28∼29세 청년 713명에게 창업 희망 여부를 질문하자 응답자의 78.4%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창업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21.6%였다. 5.9%는 ‘향후 여건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고, 10.4%는 ‘취업이 안 된다면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창업을 생각하는 이유도 생계형이 대다수였다. 복수응답으로 ‘취업이 어려워서’(44.8%)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42.2%)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24.7%)가 상위권에 올랐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해외취업자도 연간 5000명이 채 안 된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0년 2719명이던 해외취업자는 2012년 4007명까지 늘었다가 2013년 1607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후 해외취업을 구직난의 돌파구로 본 정부의 지원 강화로 오름세를 회복해 2015년 2808명, 지난해 4042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1인당 평균연봉이 2645만원에 그쳐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신 안정적 삶을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15년 한국대학신문 캠퍼스라이프가 대학생 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은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공기업’(30.9%)이었다. 다음으로 고용안정성과 높은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22.3%)이 꼽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상황이 워낙 어렵고 좁은 취업관문을 뚫어도 고용이 계속 보장되는 직업을 갖기 힘들기 때문에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과거에 만들어놓은 것 중 가장 안정적이라고 믿는 관행에 머무는 게 익숙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약한 토대

전문가들은 도전 DNA가 발현되지 못하는 1차적 이유로 사회구조적 병폐를 꼽았다. 도전을 ‘무모함’으로 여기며 ‘튀지 말라’고 권하는 보수적 문화,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무한경쟁이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도 창업1세가 물러난 후 2세, 3세가 경영을 맡으면서 공성(攻城)보다 수성(守城)에 주력했다.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

청년 창업 교육기관인 대구스마트벤처창업캠퍼스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안정적 직장, 평생직장이 목표이자 성공방정식이었던 부모세대의 뒷모습을 봐 온 세대이기 때문에 도전이 익숙하지 않다”며 “중국이 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사업성공세대가 나타났던 것과 달리 우리 사회는 도전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전에 실패하면 포용하는 게 아니라 낙오자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도 젊은이의 발목을 잡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경쟁을 계속해오면서 열등한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도전에 실패해도 학습의 기회로 삼아 좌절 없이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유스 개런티’(청년보장정책)를 예로 들었다. 유스 개런티는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을 돕기 위해 일종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단순히 물질적으로 청년들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도전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교수는 “청년들이 걱정하는 부채, 주거, 문화적 결핍 등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면서 의욕을 불러일으켜주고 도전을 논해야 한다”며 “청년세대와 현재의 구직난 등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고 도전만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마케팅전략·창업 컨설팅업체인 엠아이전략연구소 김용한 소장은 “근본적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라며 “우리 사회는 도전을 개인의 몫으로만 치부해 정작 도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이 일었을 때는 도전과 실패를 통한 학습효과가 있었다”며 “도전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줘야 도전에 대한 확신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

전문가들은 우리 청년들의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마인드와 도전 정신만 갖추면 얼마든지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여러 나라에서 강의한 경험으로 볼 때 한국 학생들은 여러모로 우수하고 똑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다양한 국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훈련이 안 돼 있다”며 “도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덕 교수는 “항상 주어진 문제만 풀어 왔을 뿐 도전정신을 함양하는 방식은 체득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문제를 설정한 뒤 풀어가는 방식을 청년들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 스타트업 멘토링 협동조합 피플스노우 대표는 “현실의 어려움은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며 “청년시절은 도전을 위한 지력과 에너지가 충만한 시절인 만큼 지나친 망설임이나 비관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최예슬 이택현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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