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위커넥트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창업지원 공간 ‘카우앤독’에서 소셜벤처 도전 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다. 위커넥트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열악한 재취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다. 이병주 기자

스타트업 ‘위커넥트(WEConnect)’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열악한 재취업 환경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소셜벤처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의 재취업은 청년들의 첫 취업만큼이나 어렵다.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김미진(31·여) 대표는 소셜벤처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난 8월 이 회사를 창업했다. 소셜벤처에 스타트업이면 이중 도전을 하는 셈인데도 그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마음 맞는 팀원들과 일상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실험들을 하다보면 의미 있는 도전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공장지대에 위치한 벤처지원 공간 ‘카우앤독’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의 소셜벤처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4년 7월 처음 소셜벤처 업계에 들어왔다. ‘위즈돔(wisdome)’이라는 소셜벤처 회사의 6개월 인턴 프로그램이었다. 입시교육 관련 회사 등에서 4년간 일한 경력이 있었지만 덜컥 지원해버렸다. 연봉은 반으로 줄지만 의미와 재미를 찾고 싶었다. 주위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김 대표는 “회사도 탄탄했고 팀원도 좋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입시교육을 보조해 대학 서열화를 고착시킨다는 회의감이 들었다”면서 “2012년 창립 때부터 고객이자 팬이던 위즈돔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회사라는 확신이 있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소셜벤처에서의 도전과 실패

위즈돔은 알고 싶은 지식·경험을 가진 사람과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지연·학연·혈연에 의존하는 사회적 관계 맺기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자신만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위즈돔 온라인 페이지에서 만남을 개설하면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초기 소셜벤처로 6년의 세월을 견뎌냈지만 1일자로 문을 닫는다. 김 대표는 2017년 1월 새로운 목표가 생겨 회사를 나왔지만 위즈돔 동료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왔다. 그는 “위즈돔에 마지막까지 남아 고민을 이어가던 동료들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결국 찾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위즈돔의 도전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위즈돔 동료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긍정했고 실패담을 꺼내놓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실패가 주는 통찰이 성공이 주는 단순한 희망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고 선명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며 “우리 사회는 실패를 존중하지 않고 성공 사례에서만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도전을 권장하는 한편으로 실패의 두려움을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이율배반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실패 사례 공모전을 하려고 하면 사례를 내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한 번 미끄러지면 삶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조금 실수하고 헤매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와 위즈돔 동료들은 실패했고 부족했지만 우리 실험은 소셜벤처 분야에 수많은 동료를 남겼다”며 “이곳에 남은 나와 동료들은 개인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본으로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도전의 길로

김 대표는 삶과 일의 일치를 꿈꿨다. 그는 “위즈돔에서 나와 위커넥트를 창업할 때 단순히 사업에 성공해 거액의 투자를 받겠다는 마음보다 위커넥트와 나의 삶을 함께 성장시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앞섰다”고 말했다.

위즈돔에서의 경험이 도전의 기반이 됐다. 그는 위즈돔에서 일할 때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한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공동대표가 됐을 때 주변의 다른 여성대표나 리더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려 있다고 평가받는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대표나 임원 자리에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찾아낸 가장 큰 원인은 경력단절이었다. 결혼·임신·출산 등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재취업에 성공해도 원래 일하던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사례를 수차례 목격했다. 한 여성은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는데도 경력단절 후 바리스타로 재취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하는 기혼여성의 절반 정도인 46%가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경력단절 후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는 자기 분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셜벤처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실도 지켜봤다. 외부 인지도가 낮은 스타트업에서 역량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이들 소셜벤처와 경력단절 여성을 매칭해주는 사업을 떠올렸다.

좋은 동료가 도전의 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업무주기를 맞추기 어려운 주부들과, 경험 많고 전문성 있는 경력자들을 원하는 기업의 매칭이다. 김 대표는 이들을 만나게 해주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소셜벤처는 성장의 기회를, 경력단절 여성은 자신의 경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근무 형태는 시간제 일자리지만 경력단절 여성은 소셜벤처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 경력단절 8년차 여성의 지원서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던 이 여성은 지원서에 “경력단절 엄마에서 경력 키우는 엄마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김 대표는 “이 일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을 넘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패가 새로운 사업의 씨앗이 된 셈이다.

김 대표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경제·문화적 안전망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무작정 도전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20, 30대가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며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미래의 주축인 청년세대도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을 앞둔 청년을 향해서도 거창한 조언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먼저 좋은 동료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도전을 할 수 없더라고요. 주위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동료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 가야 지치지 않고 작은 실험들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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