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중구 시세 전광판. 뉴시스

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은 한국 나이로 열 살이다. 2009년 1월 3일, 바로 9년 전 오늘 태어났다. 비트코인의 아버지는 사토시 나카모토. 일본식 남성 이름을 사용했지만 지금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미지의 인물이다. 사토시는 지금 어디서, 어떤 표정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들고 암호화폐 열풍을 바라보고 있을까.

1. 비트코인은 무엇인가

암호화폐는 컴퓨터 언어(코드)로 암호화된 통화를 말한다. 지폐, 동전, 수표, 어음 등 현금처럼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발행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전자결제처럼 현금 기반의 통화도 아니다. 암호화폐의 목적은 탈중앙화. 세금, 환율, 수수료, 문서에서 자유롭다. 신용인증이 간편하고 위조지폐 발행이 불가능하다. 이론상 화폐 기능에서 암호화폐가 가진 장점은 현금보다 많다.

탈중앙화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공공거래장부’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망에 접속해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블록체인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블록체인은 이 구성원(블록)을 사슬(체인)처럼 묶었다는 의미다.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 오류, 조작을 방지하는 기능은 블록체인에서 수행된다. 탈중앙화 목적과 블록체인 기술을 처음으로 구현한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2. 암호화폐 열풍도 사토시의 설계?

비트코인은 2008년 논문 ‘비트코인-개인 간 파일공유 전자화폐 시스템’에서 처음 언급됐다. 사토시는 이 논문의 필자다. 사토시는 이듬해 1월 3일 비트코인을 처음 발행했다. 사토시는 유통을 실험할 목적으로 코인 10개를 이체했다. 이 코인들을 넘겨받은 미국인 개발자 할 피니는 사상 첫 비트코인 거래자가 됐다. 사토시의 실체를 알고 있을 만한 인물이지만 2014년 8월 2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사망했다.

비트코인의 출시 당시 가치는 시중 통화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미미했다. 비트코인의 첫 현물 거래가 이뤄진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피자 대금으로 1만개가 지불됐을 때 비트코인 1개는 0.4센트(4원)였다. 가치는 8년여 뒤 40만배로 상승했다. 비트코인 1개는 3일 오후 1시(한국시간) 미국 암호화폐 시세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1만5198달러(약 1621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옵션거래소(CBOE)에 선물 상장돼 제도권 금융시장까지 진입했다.

비트코인의 가치 폭등은 암호화폐 시장의 활황으로 이어졌다. 주식‧부동산시장처럼 투기자본이 유입됐고 알트코인(대안화폐)도 등장했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암호화폐 종류만 해도 1385개다.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을 정확하게 구현하고 유통 속도를 높인 암호화폐가 강자로 올라섰다. 블록체인을 플랫폼에 접목한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대표적이다.

아직 코인으로 발행되지 않은 ‘토큰’ 중에선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분산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플랫폼형 암호화폐로 개발 중인 이오스(EOS)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는 6월 발행을 앞두고 있지만 코인마캣캡 10위권 문턱까지 다가갈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적 상승을 일으킬 목적으로 ‘암호화폐 열풍’을 예상했다면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3. 사토시로 지목된 인물들

사토시는 국적은 물론 이름이 본명인지 필명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영문 ‘Satoshi Nakamoto’로만 알려졌다. 일본어 이름(中本哲史‧なかもとさとし)은 대중에 의해 독음으로 작명됐을 뿐 비트코인의 논문 발표, 발행, 유통, 소스 오픈(설계도 공개) 과정에서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38세 일본 남성’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미약하다. ‘비트코인 100만개를 보유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추측이다. 거대한 금융시장과 공학 인프라를 보유한 일본을 앞세워 설계자의 국적에 대한 추측을 교란하고 세금과 유명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그럴싸한 필명을 만들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주 공학자 크레이그 라이트(왼쪽)와 일본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 모두 사토시 나카모토로 지목됐지만 부인했다.

3-1. 호주 공학자 크레이그 라이트

라이트는 2016년 5월 2일(현지시간) 주간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사토시라고 주장했다. 라이트는 앞서 사토시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 그의 인터뷰 발언은 계속되는 질문으로 인한 자포자기성 실토에 가까웠다. 그는 비트코인 개발 초기 암호를 활용해 디지털 메시지에 서명하는 과정을 시연하고 “피니에게 비트코인 10개를 이체하면서 사용한 블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지난해 이 주장을 철회했다.

3-2. 일본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사토시로 유력한 인물을 경제·수학계에서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교토대 교수인 모치즈키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테드 넬슨은 2013년 5월 모치즈키를 사토시로 지목했다. 수리해석 분야에서 명망이 높은 모치즈키가 화폐의 암호화에 가장 먼저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넬슨의 주장이었다. 모치즈키는 일본학술진흥회의 학술장려상 초대 수상자이기도 하다. 모치즈키는 언론을 통해 넬슨의 주장을 부인했다.

3-3. 미주대륙 거주자

스위스 개발자 스티븐 토머스는 사토시가 암호화폐 인터넷 포럼에 기고한 500건 이상의 문서에서 게재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로 미주대륙 거주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토머스는 사토시가 일본시간(한국시간과 동일)으로 오후 2~8시 사이에 거의 기고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사토시가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는 평범한 사람일 경우 그리니치 표준시에서 5~6시간 뒤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시간대는 미국 동부, 북중미 서인도제도, 남미 베네수엘라·볼리비아와 일치한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사토시 나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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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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