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37년 전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입양 길에 올랐던 아이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찾은 고국 땅에서 한 줌의 재가 됐다. 고독사였다. 그리고 다시 홀로 노르웨이 행 비행기를 탄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5년간 혼자 시간을 보낸 노르웨이 국적 입양인 얀 소르코(한국명 채성우·45)씨 장례가 11일 치러졌다. 김해시에서 치러진 발인에는 유족도, 그를 아는 지인도 없었다.

얀씨는 8세 때인 1980년 국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된 후 2013년 친부모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고국으로 돌아와 서울과 김해 등을 오가다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10시50분쯤 김해시 한 고시텔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시신은 10일 밤에야 입관됐다. 너무 젊은 나이에 홀로 맞은 죽음이었던 탓에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도 거쳤다. 경찰은 그가 숨진 방에 많은 술병이 있던 것으로 미뤄 고국에서 친부모를 찾을 방법이 오리무중이자 괴로워하며 과음해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유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례를 결정하기까지 20일이 걸렸다. 결국 노르웨이 대사관 도움으로 얀씨 양어머니와 연락을 취해 장례절차를 협의했다. 양어머니는 한국에 들어와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있는 대리인에게 얀씨 시신을 인수토록 위임했다.

이렇게 얀씨는 타국이면서 고국인 곳에서 피붙이 한 명 없이 재가 됐다. 그의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유해는 이르면 오는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노르웨이에 도착한다.

그는 생전 지인들에게 “죽으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땅에 묻히지 못했다.

얀씨 지인들은 “정부가 설립한 중앙입양원이 위기 입양인 상담과 치료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도현 뿌리의집 대표 역시 “해외입양인 죽음을 통해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국가가 나서서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분만에 관여한 의사, 조산사, 의료기관 등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관계기관에 통지하도록 해 아동이 출생과 동시에 등록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출생신고는 ‘구 호적법’과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혼인중 출생, 혼인외 출생, 기아발견, 세 가지 형태로 등록되고 부모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태어난 아동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아동을 태어났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전까지 입양을 목적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져왔는데, 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입양 동의서에 서명하면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에서 아동을 데려간다. 입양이 결정되면 입양기관을 본적과 주소로 하고 입양기관장을 후견인으로 한 ‘기아호적’(친생 부모에 대한 정보가 사라진 단독호적)이 생기면서 출생등록이 돼 친부모가 누군지 알 길이 없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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