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것 같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에 이어 자신에게도 치매 증상이 보이자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70대 노부(老父)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김모(74)씨는 8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며 “사망시간은 7일 오전 11시경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3년간 혼자 살았다. 자녀들은 모두 출가하고 함께 살던 아내는 병세가 악화되며 요양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생활비도 지난해 12월까지 호텔에서 청소원으로 근무하며 마련했다. 자녀들이 아내의 병원비 70만원을 매달 모아야 하는데 자신까지 부담을 주기는 싫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9일 빈소를 지키던 김씨의 딸(35)은 “어머니가 치매로 힘드신 와중에 자신까지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 자식들에게 더 짐이 될까 걱정하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치매 증세가 나타났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아버지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은 아버지의 생신이 아니다. 자식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에 맞췄을 뿐”이라며 “살아생전 그와 함께한 마지막 날이 될 거라 생각도 못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전했다.

전형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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