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3층 브리핑룸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법무부의 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방안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힘을 싣지도, 완전히 부인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 부처와 관련 내용을 확인할 문제”라며 “청와대에서 공식 입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폐지와 관련해 하루 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나왔던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미확정 사안”이었다.

윤 수석 명의의 입장문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지 입장을 밝히고 반나절 만에 나왔다. 앞서 박 장관은 같은 날 오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소 폐지까지 목표로 삼고 정부 입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폐지 방안은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도 마지막 수단으로 거론됐던 조치다.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난 정부의 ‘초강경 카드’는 투자자들의 큰 반발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윤 수석 명의의 입장문에서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한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입장문은 거래소 폐지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암호화폐 포럼에선 “박 정관이 청와대의 외면을 당했다” “손절을 당했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손절’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조어다.

청와대는 거래소 폐지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투기 과잉 현상에 대해서는 박 장관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비정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국가적으로 건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연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서서히 정상화될 것”이라며 암호화폐 열풍을 “강원랜드에 300만명 가까이 몰려있는 상황”으로 비유했다. 청와대는 관련 부처와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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