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같은 반 되는 ‘공식’있다?…반 배정 원리 궁금해요
초등학교 6학년 개학 날. 정말 ‘그 놈만은 안 된다’ 싶은 녀석이랑 같은 반이 돼 실내화 주머니를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옆집에 사는 여자애랑 손잡고 다닌다고 날 놀려대던 놈이었죠. 울어버리기도 뭣한 나이라 체념했었는데 알고 보니 단순한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반 배정에도 나름의 원리가 있었죠. “친한 친구랑 같은 반 되고 싶어요”라는 의뢰가 들어와 반 배정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취재했습니다.


같은 반, 할 수 있으면 해봐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학교는 ‘성적’순으로 반을 배정합니다. 전교 1등이 1반이라면 2등은 2반, 3등은 3반으로 배치하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전교 3등인 친구와 같은 반이 되고 싶으면 자신의 전교 등수를 ‘학급 수×x+3’에 맞추면 됩니다. 가령 한 학년이 5개 학급이라면 전교 1등 6등 11등 16등이 한 반, 2등 7등 12등 17등이 한 반으로 묶이는 것이죠. 성적순이긴 하지만 ‘스네이크식’으로 반을 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등 1반, 2등 2반, (…) 9등 9반, 10등 10반, 11등 10반, 12등 9반,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반 평균 성적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중간·기말고사를 안보는 초등학교는 어떻게 할까요?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간단한 배치고사를 봐서 성적 순으로 반을 배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적을 알 수 없는 중·고등학교 1학년은 등록 순서대로 반을 배정하기도 한답니다. 진학 할 때 같은 반이 되고 싶은 친구랑 같이 등록하면 같은 반 될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죠.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모두 근무해본 교사 B씨는 “전 학교에서 성적자료가 체계적으로 오지 않는다”며 “성적을 모르는 1학년은 등록 순서 혹은 제비뽑기로 반을 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적 순으로 반 배정을 하지만 일부 경우엔 반이 바뀌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가능성 때문에 붙여놔선 안될 아이들은 교사들이 임의로 분리합니다. 교사 A씨는 “가끔 부모님을 통해 친구랑 같은 반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렇겐 절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B씨도 “갈등을 겪었던 애들은 서로 떨어뜨려 놓기도 하지만 학부모 민원은 반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 아예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 선생님 C씨는 “쌍둥이 같은 경우는 부모님에게 같은 반 시킬지 말지 물어봐서 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사고, 공부 잘하는 애들 모아 특별반 운영
자립형 사립고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따로 모아 특별반을 만드는 경우가 많답니다.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 모아 1개 반을 만들고 다른 학생은 일반적인 방식대로 배치한다는 거죠. 교사 B씨는 “특별반을 꾸리는 걸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며 “일반적으로 자사고에선 성적이 좋은 아이들로 특별반을 꾸려 1학년 때부터 키운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반을 고를 수 없듯 선생님도 반을 고를 수 없습니다. 복불복이라는 거죠. 한 교사는 “개학 당일 학교에 가서 자기 반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고, 다른 교사는 “제비뽑기로 반을 뽑는다”면서 “정말 다루기 힘든 학생이 있는 반을 초임 교사가 뽑으면 베테랑 교사가 바꿔주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과서는 투표로 결정
취재하는 김에 교과서는 어떻게 정하는 지도 물어봤습니다.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교과서 선정위원’으로 뽑힌 선생님들의 투표로 결정한답니다. A씨는 “선정위원 선생님이 교과서 4~5종을 각자 평가한 뒤, 점수 총합이 가장 높은 책으로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국어·도덕 등 국정교과서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중·고등학교는 학부모가 참여하는 등 결정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B씨는 “과목별 선생님이 교과서를 12항목으로 나눠 점수를 매긴 뒤 1~3등을 뽑는다”며 “이걸 다시 학부모·교장·교사로 구성된 교과서 선정위원회에 올려서 최종 결정 받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승혁 기자 손수연 인턴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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