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하이트진로가 총수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가족기업인 비상장 회사를 설립한 뒤 일감몰아주기, 통행세 등 10년 동안 부당 내부거래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2007년 12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이 서영이앤티라는 회사의 지분 73%를 인수해 서영이앤티를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했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기기를 만들어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는 회사였다.


계열사에 편입된 직후 서영이앤티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공캔 제조업체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했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서영이앤티에 공캔 1개당 2원씩의 이익을 안겼다.

법 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아지자 삼광글래스에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했다.

공정위가 법 위반 입증에 주력한 부분은 주식 매각 우회 지원이었다. 서영이앤티는 구조개편 과정에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자회사 서해인사이트를 키미데이타라는 회사에 매각했다.

서해인사이트는 서영이앤티가 자본금 5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생맥주기기 유지·보수업체다. 키미데이타는 서해인사이트의 순자산가치가 6억3000만원이라고 주장하자 하이트진로는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면약정을 제안해 결국 25억원에 매각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금액(25억원)은 하이트진로의 미래 수익 보장이 없었다면 책정되었을 정상가격(14억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하이트진로는 주식 매각 과정에서 총수 2세 박태영 본부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참여한 흔적을 없애기 위해 문서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당 지원이 이뤄지는 동안 서영이앤티는 무상증여·분할·합병·유상증자 등 각종 구조개편을 거쳐 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을 0.75%에서 27.66%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결국 서영이앤티를 통해 박태영 본부장이 하이트진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신 국장은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행위로 직거래가 통상적인 관행이던 상품 거래분야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상대방의 거래처 선택을 제한하고 사업경험이 전무한 서영이앤티가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했다”며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사업기반을 강화한 서영이앤티는 중소기업시장에도 침투해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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