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덕질(한 분야에 심취해 몰두하는 일)’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인공지능(AI)기반 빅데이터 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신년 계획으로 ‘덕질’이 5위를 차지했다. 이전에는 후보에도 없었다. ‘가치 소비’가 급부상하면서 저축보다는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아이돌 덕질은 ‘감정교감’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그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30 중심 아이돌 굿즈 매출 신장…감정교감 위한 소비

모바일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최근 2개월 간 2030 세대의 연말 소비코드는 ‘자기계발’에서 ‘자기만족’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아이돌 굿즈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방탄소년단과 워너원 등 ‘덕질’하는 아이돌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30이 많아진 것인데, 20대 아이돌 굿즈 매출 신장률은 965%, 30대 442%로 특히 지난해 12월에 판매한 워너원 교통카드는 2주 만에 4억원이 넘게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열심히 살기보다는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감정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돌 굿즈로 만족감을 얻으려는 소비패턴이 형성된 것이다.

◇3명 중 1명은 연애보다 덕질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은 덕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8.3%가 어떤 분야에 푹 빠져 ‘덕질’을 한 경험이 있었다. 남녀 모두 ‘연예인 덕질’을 가장 많이 경험해왔다.

덕질 때문에 연애를 미룬 경험은 여성(40.8%)이 남성(30.9%)보다 많았다. 여성은 ‘연애보다 취미 생활이 더 좋아서’를 35.3%로 1위로 꼽았고, 상당수 남성은 ‘취미 생활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서’(35.3%)라고 답했다.

반면 덕질이 연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자들은 ‘취미 생활과 연애를 별개로 생각’(58.7%)했다. 미혼남녀 절반 이상(54.5%)은 연인이 자신의 덕질을 공개할 때 ‘각자의 취미생활이니 인정해준다’고 답했다. 덕질을 한다면 헤어지겠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경제적 파급효과 대단…교묘한 상술도 곳곳에

유통가에서는 아이돌 마케팅이 대세다. 과거에는 10대를 타깃으로 했지만 지금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경제적 효과가 입증됐다. 특히 구매력이 있는 2030 팬들이 가세하면서 아이돌 굿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모델인 ‘메디힐 스페셜 패키지’ 초도물량 3000개는 출시 3일 만에 완판됐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결제금액 1만원당 브로마이드 1개 증정’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개점시간 이전부터 팬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면서 ‘이니스프리 워너원 대란’이 일기도 했다.

과거에는 아이돌이 ‘우상'의 의미를 지녔지만 최근에는 “팬이 가수를 키운다”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덕질의 모습도 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아이돌은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지만 당신은 아이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때문에 성능에 관계없이 지갑을 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리적 만족감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탓이다. 유통가는 이런 점을 교묘히 이용해 구매 액수별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증정하기도 한다. 더 많이 살수록 팬 사인회에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금액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심지어 워너원 팬 사인회에서는 “11명 멤버 전원에게 소고기를 무한으로 사주는 것이 팬 사인회에 오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소리치는 팬도 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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