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최저임금 논조 왜 다르죠?
의뢰를 받고 최근 5년 기사(2013년 1월 17일~2018년 1월 17일)를 다 찾아봤더니, 조선일보는 이 기간 1710개의 최저임금 기사를 써 한겨레(2010개)와 경향신문(2470개)보다 적게 보도했습니다. 기사 양은 적었지만 ‘부작용’이란 단어는 128번으로 한겨레(64번)와 경향신문(57번)을 합친 것보다 많았죠. 반면 ‘긍정’이란 단어는 한겨레가 114번, 경향신문이 106번으로 조선일보(85번)보다 많이 썼습니다. 굳이 이런 수치를 내밀지 않더라도,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조선일보는 최저임금에 반대,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찬성하는 논조를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신문사마다 논조가 다르니 독자들은 뭐가 맞는 말인지 헷갈립니다. 조선일보는 보수, 한겨레는 진보라서 그렇다는데 언론사의 논조는 왜 나뉠까요? 황원지씨가 페이스북 메시지로 “언론사별로 논조가 왜 다른가요. 최저임금 이슈는 어떻게 봐야하는지 궁금하다”는 의뢰를 해주셔서 취재해 봤습니다.

소유주 보다 독자
언뜻 보면 언론사 소유주의 입김이 기사 논조를 좌우하지 않을까 의문이 듭니다. 2014년 매튜 갠츠코우(matthew gentzkow)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문사 400곳의 논조를 분석한 결과, 소유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 않고 ‘제한적’이라고 결론냈습니다. 동일한 소유주 밑에 전혀 다른 논조를 가진 언론사가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죠. 우리나라도 소유주가 같은 중앙일보와 JTBC가 서로 다른 논조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겐츠코우 교수 연구팀이 언론사 논조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꼽은 건 해당 언론사의 ‘독자’입니다. 우리 신문을 보는 독자들이 우리가 쓴 기사에 얼마나 동조하는지 여부가 논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최저임금 관련 언론사 논조도 독자 성향과 연관이 있습니다. 2014년 언론연감을 보면, 최저임금 기사에 부정적 논조를 보인 조선일보의 경우 보수 성향 독자가 전체 43%로 진보 성향 독자(14%)보다 3배 넘게 많았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진보 성향 독자가 29%로 보수 성향 독자(20%)보다 많았죠. 이상기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언론사 소유구조 변화와 저널리즘의 질’이란 논문에서 “언론사 소유구조가 달라져도, 기존 시장질서가 있는 한 언론 상품의 급격한 변화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론사가 독자 이탈을 신경 안 쓸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대선 정국에서 진보진영은 ‘한경오 기득권론’을 펼치며 언론사로부터 반성문을 받아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박사모 등 보수진영은 ‘조선일보 좌경화론’을 내세우기도 했었죠.



뭐가 정답일까?
최저임금 관련한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은 대부분 팩트일 겁니다. 어떤 팩트를 취사 선택하느냐에 따라 논조가 달라질 수 있겠죠. 서로 다른 논조의 기사를 보고 어느 게 맞다 틀리다 단정할 수 있을까요? 아니, 최저임금 이슈 자체가 정답이 있는 문제인지도 의문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입장 차이가 있을 뿐이죠.

벨기에의 정치철학자 상탈 무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으로 ‘다원주의’를 꼽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야 소리치고 싸우고 대화하고 논박하며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자신이 알바생이라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 되고 자영업자라면 최저임금 인상 유예를 외치면 됩니다. 알바생과 자영업자가 손을 잡고 최저임금 인상을 수용하는 대신 건물주를 향해 임대료 인하를 주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주장이 아니라 태도일 겁니다. 어떤 주장을 하든 타인의 말을 경청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도 언론도 건강해질 수 있겠죠.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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