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일간지에서는 서울동부지검 신태훈 검사의 논문을 인용한 기사를 게재하였다. OECD 35개국 중 29개 국가에서 검사가 수사권 또는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글로벌 표준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혹자는 그 기사를 읽고 OECD가 사법선진국 협력기구라고 이해했을 수 있겠다.


[청년기고] OECD의 사법제도를 글로벌 표준이라고 말하는 속내
경찰청 수사국 수사연구관 경감 이상원

그러나 OECD는 유럽 대륙법계 국가들 중심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이다. 사법제도의 선진화나 국민 신뢰도와 무관한 경제적 이익 공동체 성격이다. 기구의 성격으로 보아 우리나라가 선진 사법제도의 모델로서 삼아야할 이유가 없다.

OECD 회원국 중 다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 등 면에서 소규모인 국가이다. 룩셈부르크의 인구는 55만명에 불과하고,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33만명에 불과하다. 제도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국가의 규모나 문화를 반영해야 함을 전제로 할 때, 인구 5,177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위 국가들의 제도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

UN과 국제검사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검사의 지위와 역할’지침에서는 수사단계에 검사가 개입하는 정도는 세계적으로 법체계 성격에 따라 너무도 다양하기에 일정한 입장을 취할 수 없다고 했다. 지구상의 법체계는 크게 영미법 체계와 대륙법 체계이고, 그 표준 국가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인 것이다. 사법제도의 글로벌 표준은 영국·미국·프랑스·독일로 대표되는 법선진국 모델을 통해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는 모두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일이다. 수사하는 사람이 기소도 하면 죄없는 사람이 재판까지 받을 수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선처해 주겠다는 등 유혹에 넘어가 자백이라도 해버리면 억울한 옥살이도 하게 될 수 있다. 수사와 기소가 결합되어 무고한 시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으려면 수사하는 사람과 기소하는 사람이 서로 견제를 해야 한다. 일단 그 주체가 분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사법제도의 선진국인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은 모두 수사하는 사람과 기소하는 사람이 다른 소속에 있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것이다.

국회에 정치·사법개혁을 위한 사개특위와 개헌특위가 설치되었다. 여야 막론하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 및 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전관예우를 수단으로 하는 유전무죄의 현실은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있으며, 권력과 검찰권의 유착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이미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 검찰이 개혁대상이라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선진의 정도와 무관한 OECD 사례를 들며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어느 것 하나도 놓을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은 검찰 스스로의 개혁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하에 대륙법 체계를 받아들였지만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미법에 뿌리를 둔 전문법칙,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도입하였다. 법과 제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수정, 보완, 발전하는 것이기에 현재의 검찰문제 개혁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우리만의 개혁방안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 개혁방안은 단언컨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전제로 한 검찰권의 분산이다.

현재 검찰에 부여된 막강한 권한은 너무 많은 모순점을 드러냈다. 검찰은 더 이상 OECD 사례와 같은 껍데기를 통해 국민을 현혹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검찰 스스로 진정 국민을 위해 거듭날 수 있는 개혁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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