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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식령호텔에 버버리·랑콤… 유엔 제재에도 명품 즐비

강원도 원산 마식령스키장 내 마식령호텔 2층 상점의 북측 판매원이 지난 1일 남측 취재진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판매대에 외국 브랜드 화장품과 의류, 기념품들이 진열돼 있다. 마식령=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사회주의 문명’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마식령호텔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이 즐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는 대북 사치품(luxury goods)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남측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된 마식령호텔에서 그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마식령스키장에서 열린 남북 스키 공동훈련에 참가한 우리 측 선수단은 마식령호텔에서 하루 묵었다. 앞서 시설 점검차 2박3일간 방북한 남측 선발대도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활동했다.

마식령호텔은 9층짜리 1호동과 5층짜리 2호동으로 이뤄졌다. 난방과 전기 상태는 양호했고 호텔 내부에 여러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1호동 안내데스크로 들어서면 왼편에 각종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바가 나온다. 여느 바와 다를 것 없이 롤케이크와 마카롱, 크루아상,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이탈리아제 ‘라 심발리’ 커피머신도 눈에 띄었다. 이 머신은 한 대 가격이 최저 25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층 상점에는 ‘버버리’ ‘랑콤’ ‘겐조’ ‘시세이도’ 브랜드의 화장품이 북한산 ‘은하수’ 제품과 함께 판매되고 있다. 바로 옆에는 북한산 ‘어깨동무’ 가방과 스위스 브랜드 ‘발리’ 가방, ‘노스페이스’ 등산용 백팩이 나란히 진열됐다. 발리 가방은 북한 돈으로 4만1000원(약 400달러)이라고 했다.

상점 봉사원 김일심씨는 1일 “외국 손님이 많아 (외국산 제품을) 준비한 것이지 우리 상품이 더 많이 팔린다”고 했다. 김씨는 남측 고객에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같은 민족은 할인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격을 깎아주기도 했다.

지하 무도장에선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등 유명 양주와 ‘하이네켄’ 맥주, ‘페리에’ 탄산수가 판매되고 있다. 무도장 가라오케 시설의 드럼은 일본 ‘야마하’ 제품이다. 무도장 봉사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노래할 수 있다. 하루에 수십 명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1호동과 2호동 사이 길목엔 남측에서 유행하는 인형뽑기 기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유엔 안보리가 규정한 사치품의 범위는 매우 넓다. 안보리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1718호에서 북한으로의 사치품 공급 판매 등을 처음 금지했다. 안보리는 새 결의를 채택할 때마다 사치품 품목을 보석류, 고급 시계 등으로 확대했다. 2016년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선 ‘사치품은 특정 품목을 포함하나 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not limited to)’고 규정했다. 사치품 품목 규정은 유엔 회원국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엄밀히 보면 마식령호텔의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금수 대상에 해당될 수도 있다. 마식령스키장은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이후 공들여 지은 시설이다. 북한은 “10년이 걸려도 할 수 없는 방대한 공사를 1년 만에 해냈다”며 이를 ‘마식령 속도’로 규정하고 선전해 왔다.

마식령=공동취재단,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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