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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수단, 식당선 “무슨 젓갈이야요?”… 강릉 야경엔 ‘깜짝’

북한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하는 강원도 강릉올림픽선수촌 건물 외벽에 2일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다. 뉴시스

2일 오전 강릉선수촌 숙소 건물인 804동 외벽에 15층부터 17층까지 3개 층에 걸쳐 대형 인공기가 내걸렸다. 전날 양양공항으로 입국한 뒤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고 들어온 북한 선수단이 입주한 건물이었다. 804동의 인공기는 인근 숙소 외벽에 걸린 체코나 이탈리아 국기에 비해 훨씬 큰 크기였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이 베란다를 열고 기가 난간에 단단히 동여매어졌는지를 거듭 확인했다.

북한 선수단은 방마다 3∼4명이 배정돼 대한민국에서의 첫 밤을 지냈다. 전날 남성은 검은색, 여성은 자주색 정복 차림이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흰색과 붉은색이 섞인 트레이닝복 차림의 선수 및 임원진이 선수촌 내에서 눈에 띄었다. 왼쪽 가슴엔 인공기가, 등에는 북한의 영문 표기명인 ‘DPR Korea’가 새겨져 있었다.

전날 밝은 표정과 손인사 답례로 화제가 됐던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염대옥(19)은 이날 오전 9시쯤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트너 김주식(26)과 함께 검정 훈련복 차림으로 빙판에 나온 염대옥은 표정 연기와 각종 동작을 연습했다.

둘은 점프 연기는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리프트(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높이 들어 올린 뒤 자세를 유지하는 것)나 데스 스파이럴(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의 한 손만 잡고 빙판과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을 수차례 점검했다. 염대옥은 가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지도자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내 다른 국가 선수들과 똑같이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뷔페식으로 마련된 선수촌 식당에서는 배식을 돕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것은 무슨 젓갈이냐”는 식으로 이름을 묻기도 했다 한다. 컨베이어토스터(식빵을 데우는 기계)에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법을 설명 받은 뒤 많은 선수들이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입촌 과정에서 술을 반입하려다 제지를 당하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안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웃옷을 벗은 선수들의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휘장(배지)이 달려 있었다. 이 배지는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려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던 당시의 북한 선수단들도 달고 있던 것이다. 정부합동지원단은 이 체제 상징물에 대해 “(그들은 초상이라 부르니) ‘배지’라 부르지 말고, (달라고) 요구하지 말라”는 공문을 최근 조직위에 발송했다.

북한 선수단은 전날은 약간의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염대옥과 김주식은 이날 훈련 이후 취재진을 피해 빠져나갔다. 전날 입국할 때에도 북한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강릉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서는 야경을 구경하며 재잘거리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건물도 많다” “깜짝 놀랐다”는 식의 대화가 많았다고 전해졌다.

강릉=이경원 이상헌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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