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인건비 재정지원 땐 배제’ 요건 논란


부모가 신청하고 결제

돈만 어린이집으로 직행

인건비 지원 여부 모호

정부 “이중 지원 안돼”

경기도 파주시에서 17년째 A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B원장은 지난달 29일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정부 콜센터에 문의를 했다.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인상하면서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A어린이집의 경우 근로자 30인 미만, 고용보험에 가입한 월 임금 190만원 미만 근로자 등 지원요건을 모두 충족한 영세사업장이다. 6명의 보육교사들 모두 고용보험에도 이미 가입했고,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70만2800원에 불과하다. 당연히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정부 콜센터 상담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였다. 정부에서 보육료를 일부 지원하기 때문에 일자리 안정자금까지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B원장은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아닌데 왜 지원을 받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일자리 안정자금에는 단서가 달려 있다. 과세소득 5억원 초과 고소득 사업주와 임금체불 사업주, 국가를 비롯한 공공기관 등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정부에서 인건비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주 역시 마찬가지다. B원장처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인건비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주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닌 민간 어린이집이지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일 “정부가 지원하는 곳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또 지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이 지원 배제 대상에 오른 것은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료 지원과 교육부의 누리과정 지원 때문이다. 복지부는 맞벌이나 다자녀가구의 만 0∼2세 아동이 어린이집에 갈 때 보육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만 3세부터 5세까지는 소관이 교육부로 바뀌고 맞벌이 여부에 관계없이 지원을 받게 된다. 연령에 따라 1인당 월 22만원에서 43만원 정도를 국가에서 보조해준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들은 정부에서 배제 요건으로 제시한 ‘인건비 재정지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고 말한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어린이집이 아닌 부모가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발부하는 ‘아이행복카드’를 어린이집에서 결제하면 정부에서 어린이집으로 지원액이 지급된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돈을 받기 위한 신청과 결제 등은 부모가 다 하고 돈만 정부에서 어린이집으로 나가는 구조인데 이를 두고 ‘인건비 재정지원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관계자는 “형편이 안 좋은 어린이집의 경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보육 여건이 더 열악해졌는데, 지원 대상에서 빼는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급되는 돈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도 논란을 부추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급된 돈을 운영비로 쓰든 인건비로 쓰든 어린이집에서 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 따르면 B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을 포함해 전국의 어린이집은 4만1000여 곳에 이른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