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했다고 지목되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좌)과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우). 사진=뉴시스

5일 오전 11시 31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안태근성추행사건’이 올라왔다. 오전 11시 5분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처음 등장한 지 약 25분 만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8년 전 자신이 당했던 성폭력을 폭로한 이후 꾸준히 논란인 문제였다. 하지만 사건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안태근성추행사건’이 검색어 1위로 오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사진=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급상승 트래킹 캡처

배경에는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 더 초점을 맞추자는 네티즌들의 자정운동이 있었다.

서 검사가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관련 글을 올리고 JTBC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언론 보도는 서 검사가 겪은 부당한 일, 서 검사의 심경, 서 검사의 유산 등 주로 서 검사에 초점을 맞췄다. ‘여검사 성추행’ ‘서지현 검사 성추행’ 등 언론 보도 제목에는 대부분 피해자인 서 검사가 붙었다.

일부 네티즌은 피해자와 해당 사건을 연결짓는 것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에서 피해자를 부각시키는 풍조가 피해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또다시 떠오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로 지목되는 안태근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초점을 맞추는 용어를 사용해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도 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해당 보도는 ‘나영이 사건’을 예로 들며 “처음에는 피해 아동의 가명인 ‘나영이’가 기사 제목에 쓰였다”며 “이후 반인류적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숨기고 가해자를 공개하자는 의견에 따라 ‘조두순 사건’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여성을 납치·살해해 트렁크에 싣고 다닌 사건에서의 ‘트렁크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사망한 여성에게 붙었던 ‘노래방 살인녀’, 지난해 한 교사가 마을 주민 여럿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섬마을 여교사 사건’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뉴스데스크는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이나 구조적인 문제점보다 피해자의 억울하고 불행한 사연에 초점을 맞추면 사건의 본질이 축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 검사도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발표해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에 관심을 가져달라”로 밝힌 바 있다.

우승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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