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실심(事實審)은 이제 마무리됐다. 법률심(法律審)인 대법원의 판단 남아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까지 끝났지만 국정농단 삼각구도 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아직 1심 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 항소심은 두 사람의 1심 재판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 결과는 뇌물 수수자와 공여자로 혐의가 연결돼 있는 박근혜·최순실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과 직결돼 있다. 최순실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당초 선고기일을 지난달 26일로 잡았다가 이 부회장 선고 이후인 2월 13일로 연기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를 반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영재센터 및 정유라 승마 지원 혐의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공모공동정범 관계로 봤다. 단순뇌물공여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제3자 뇌물공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라고 주문했었다. 이에 최씨가 뇌물 요구의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2심 선고 결과 승마 지원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범행을 공모한 공범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서 두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재센터 후원금과 재단 출연금의 뇌물공여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의 뇌물 인정 여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선고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대목이다. 200억원대 출연금 중 1심은 뇌물공여액수를 89억원만 인정했는데, 2심은 이를 뇌물공여로 보지 않았다. 이 돈의 뇌물수수자인 두 사람은 이를 변론에 적극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 준 사람의 재판에서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터라 뇌물 받은 사람 재판부가 이를 뒤집고 뇌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러나 뇌물 혐의 외에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여러 혐의가 얽혀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고, 문형표 홍완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을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 심리는 길어지고 있다. 3월이나 4월은 돼야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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