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합의만을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며 정부 개헌안 준비를 지시했다. 또 2014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국민투표법 개정을 국회에 호소하는 등 신속한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여야가 개헌 협의를 시작했지만 원칙과 방향만 있고 구체적 진전이 없어 안타깝다”며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중심이 돼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의 개헌안을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제 대통령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 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여야 합의 불발로 개헌안이 발의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개헌안 발의 정족수는 재적 의원 2분의 1(150석)인데 더불어민주당 의석수가 121석에 불과해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투표법에 대해서도 “위헌 상태에 있는 국민투표법이 2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개헌은 물론 국가 안위와 관련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이 결정할 헌법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가 폭로한 권선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엄정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련의 사건은 검찰의 잘못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그 방안으로 국민들께서 가장 공감하고 있는 것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각 비서관실에 신영복 선생이 쓴 ‘春風秋霜’(춘풍추상·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같이, 자신을 대할 때는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 액자를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가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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