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은 지난해 8월 신설된 서울고법 형사13부가 심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이 무더기로 기소되자 항소심 재판 업무 부담을 줄이려 형사13부를 추가했다. 재판장은 정형식(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가 맡았다. 항소심은 같은 해 9월 28일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10월 12일 1회 공판부터 12월 27일까지 17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나 1심 재판부와 180도 다르게 봤다. 삼성 측의 ‘정치권력에 당한 피해자’ 논리를 상당부분 수긍했다. 결국 특검이 공소 제기한 298억여원의 12% 정도인 36억여원 및 금액 산정이 어려운 마필·차량 무상 사용이익만 뇌물로 인정했다. 이어 “유죄로 인정되는 뇌물 액수는 특검이 규정하는 사건의 본질이나 의미(정경유착 사건의 전형 등)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특검 측이 무리하게 범죄 틀을 짰다는 지적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1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징역 2년,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선고했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연히 상고할 것”이라며 “법원과 견해가 다른 부분은 상고심에서 철저히 다투겠다”고 말했다.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들은 “견강부회식 판결” “부끄러운 판결” 등으로 평가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검사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이런 식으로 유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법원이 만들어준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