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8월 인체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뒤늦게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이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피해자에 사과했다. 당시 ‘면죄부’ 결정은 공정위 소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소위원회에 속했던 2명의 비상임위원 중 단 1명이라도 ‘윗선’의 외압을 충실히 전달한 주심 상임위원에 반기를 들었더라면 공정위가 지금처럼 재조사에 착수하며 체면을 구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소위원회는 가맹점주, 소비자 등 주로 민생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1심 재판부 역할을 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등 대기업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는 전원위원회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상준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이후 지금까지 51차례의 소위원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국민일보 2월2일자 6면 보도 참조). 주 1회 열리는 공정위 소위원회는 4명의 비상임위원이 순번제로 돌기 때문에 한 달에 단 하루만 참석하면 된다. “여력이 안 된다”는 김 변호사는 같은 해 9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직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이후 6번의 공자위 회의 중 최소 4번 이상 참석한 것으로 4일 국민일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김상조 위원장이 김 변호사의 소위원회 거부 사태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전원위원회 뿐 아니라 소위원회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만약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면 특혜를 준 것이고, 몰랐다면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라도 소위원회 파행 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

김 변호사 역시 공자위와 공정위 전원위원회 참석만 고집한다면 ‘영업’을 위해 비상임위원직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인 말대로 공정위에 누를 끼치는 소위원회 거부 행위를 이제라도 바로 잡던지 아니면 사퇴하는 게 옳다. 나머지 3명의 비상임위원이 한가해서 소위원회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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