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북한 실세’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단원으로 방남한다. ‘백두혈통’(북한 김씨 일가를 뜻하는 말)으로는 첫 남한 방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이자 트럼프행정부 실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도 평창 올림픽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실세’가 북핵문제와 북·미 갈등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7일 오후 통지문을 보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필두로 한 고위급대표단 명단을 전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대표단 단원으로는 김여정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됐다. 통일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게 노동당, 정부, 체육계 관련 인사로 의미 있게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김여정이 남한 땅을 밟게 된다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일가를 이르는 ‘백두혈통’이 남한을 방문하는 첫 사례가 된다. 통일부는 김여정의 방남에 대해 “관련 직책과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들이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염두에 둔 ‘외국 정상 가족의 축하사절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고문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이방카 고문이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이방카 역시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김여정과 이방카 고문은 각각 북·미 정상의 가족이자 실세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문고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핵심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 들어간 김여정은 얼마 전까지 선전선동부에서 김 위원장이 참여하는 행사를 챙기다 최근에는 정책 및 인사 문제를 김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받는다. 특히 성격이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선 세계 각국 장관들이 이방카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 사람이 올림픽을 계기로 동시에 평창을 방문하는 만큼 김여정과 이방카의 만남이라는 ‘빅 이벤트’가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일단 김여정은 개막식, 이방카는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일정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만남 여부를 떠나 북·미의 ‘실세’들이 시차를 두고 평창을 찾는 것만으로도 북·미 갈등 해소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방카가 오니 김여정이 오고 얼마나 잘 되겠냐”며 “미국에서 지금 북핵문제에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결국 대화의 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방남은) 미국과 이미 조율이 끝났을 것”이라며 “이번 북한 결정은 정말 잘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이 북측 대표단에 포함된 것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등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이방카가 직접 북핵 문제나 북·미 갈등과 관련해 특별한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기로 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올림픽에 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까지 북한에 어떤 대화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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