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희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된 자신의 작품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영상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과거 2명의 작가가 쓰던 넓은 공간을 오롯이 혼자 쓰면서 작품 2점으로만 채워 ‘자신감 넘치는 비움’이 화제가 됐다. 서영희 기자

‘센 언니’에서 ‘비판적 인문학자’로?

국내 최고 권위의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작가상 2017’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송상희(48) 작가. 세 후보를 제치고 미술계 장원 급제를 거머쥔 송 작가를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났다. 외유내강형의 차분한 인상이다. 한 때 화단의 ‘센 언니’ 같은 작품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와 닿지 않았다.

상작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는 비극적 영웅설화 ‘아기 장수’ 이야기를 끌어들여 세계사의 어둡고 슬픈 사건들을 재구성한다. 독일 히틀러 정권 하의 인종교배 프로젝트인 아기 농장 영상, 한국의 박정희 정권 하 인혁당 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학살 사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파시즘적 사고가 낳은 역사적 비극이다. 3개의 나란한 영상에는 작가가 수집하고 연구한 사료, 사진, 이미지 등이 몽타주처럼 시시각각 바뀌며 충돌을 일으킨다. 화면 위로 설화에 기반한 텍스트들이 섬광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아기를 산채로 묻어버립시다.” “죽었던 아기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다시 살아났어.” 문장들이 소리 내지 못한 무수한 억울한 죽음들에 대한 진혼으로 다가와 먹먹해진다.

사회성 짙은 작품의 근원이 궁금했다. 그는 이화여대 88학번이다. 영화 ‘1987년’ 속의 시대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저 뒤에서 걸개그림 거는 정도의 역할만 했지요. 그래서 죄책감이 컸고, 뒤늦게라도 (내 작품이 사회의 진보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송상희 작가. 서영희 기자

대학원 졸업 후 어떻게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에 발을 담글까 고민하던 그는 90년대 후반, 포스트 민중미술 작가들의 모임인 포럼A를 접하며 큰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초기작은 페미니즘에 닿아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 보정기’가 그렇다. 또 신사임당을 작가 스스로 연출해 사진을 찍어 현모양처의 이상화를 비판하거나 성매매 여성들이 쓴 시를 활용해 작품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점차 정치· 사회 전반의 문제로 외연을 확장했다.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선보인 ‘변강쇠가’(2015)는 구한말 역병을 소재로 고전 새롭게 읽기를 시도해 당시 메르스 사태에 무능했던 정부의 대책을 떠올리게 했다.

“사회 이슈라기 보단 뉴스를 보다보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 있잖아요. 도무지 잊히지 않는 사건을 고민하고 하면서 작품으로 나오는 거지요. 페미니즘요? 2007년 뉴욕의 글로벌 페미니즘 행사에 간 적있어요. ‘나는 페미니스타다’라고 외치는 게 저랑 맞지 않다는 걸 그 때 알았어요.”

그는 네덜란드에서 산다. 2006년 네덜란드 라익스 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유럽사회에서 이민자로 사는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미술 영토다.

“그 구조 안에 들어가야 보이는 게 있지요.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어주는 구조, 네덜란드가 그렇습니다. 여성이라는 자각을 넘어서 마이너리티로 살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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