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신분에서 낙마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대한(對韓)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재미교포 2세인 차 교수가 한국 일부 재계 인사와 가깝고 미국이 대한 무역제재 방침을 밀어붙이는데 소극적인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낙마 이유로 거론됐던 ‘코피 작전(bloody nose strategy·제한적 타격)’에 대한 이견 등 안보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가 차 교수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8일 “차 교수의 낙마는 코피 작전과는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 경제정책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의 간극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차 교수가 한국 일부 기업 및 연구소 인사들과 가깝다는 점을 부담으로 느낀 것 같다”며 “차 교수가 미국의 대한 무역제재 압박에 미온적인 인물로 판단돼 낙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는데, 그 부분에도 이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삼성과 LG의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 발동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이었다. 이후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차 교수의 낙마 소식이 전해졌다.

차 교수가 한국 석좌로 근무했던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후원금도 눈길을 끈다. CSIS는 1년마다 5000달러 이상을 기부한 고액 후원자들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후원 액수는 밝히지 않고 ‘6만5000달러 이상∼9만9999달러 이하’ 식으로 범위만 알리고 있다.

국민일보가 CSIS의 2017년 회계연도(2016년 10월 1일∼2017년 9월 30일) 후원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Roy Ryu’라는 사람이 개인 자격으로 CSIS에 7만5000달러 이상을 후원했다. Roy Ryu는 방산업체를 운영하는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이다. 삼성전자는 기업후원 형식으로 ‘6만5000달러 이상∼9만9999달러 이하’의 금액을 후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3만5000달러 이상∼6만4999달러 이하’를 기부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국제교류재단, 아산정책연구원 등도 CSIS 후원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피 작전으로 대표되는 한·미 안보 갈등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미국 정부와 차 교수의 대한 경제 정책 이견이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소식통은 “대한 경제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차 교수 낙마의 본질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이 정보가 미국 측이 전해 온 정보인지, 아니면 한국 정보기관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정보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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