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전자가 대신 부담한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삼성 2인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과는 고려대 동문이다.

검찰은 다스 측이 당시 BBK에 투자한 자금 140억원을 반환받기 위해 미국 현지 유력 로펌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비용을 삼성전자 측에서 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40억원 소송의 변호사 비용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 대형 로펌은 이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09년 3월부터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에 참여는 데 거액의 소송비용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놓고 의혹이 일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 로펌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명의로 4000억원대 차명계좌를 개설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이건희 회장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자금관리를 담당했던 임원 A씨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 인테리어 비용을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대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이 회장과 삼성물산 임원 B씨, 건물 하자보수를 맡은 현장소장 C씨를 입건, B·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역시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 회장과 A씨는 그룹 내 임원 72명의 명의로 개설된 260개 차명계좌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2007∼2010년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과 B, C씨 등 3명은 2008∼2014년 이 회장 등 삼성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삼성물산 법인자금으로 대납해 30억여원을 유용한 혐의가 있다. 다만 경찰은 병상에 있는 이 회장이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해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경찰은 삼성 일가의 주택 공사비가 수상한 자금으로 지급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공사비로 지급된 수표가 8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의 계좌 9개에서 발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차명계좌 규모는 2011년 기준 4000억원대였다.

추적 결과 이들 계좌는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확인되지 않은 260개 계좌 중 일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그룹은 2011년 뒤늦게 이 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했고, 1300억여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번 혐의는 2011년 이전에 납부되지 않고 공소시효가 남은 세금에 한해 적용됐다. 삼성그룹은 2014년 해당 계좌를 모두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했다.

경찰은 이 차명계좌가 상장기업 지분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이 회장이 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개설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계좌가 개설된 삼성증권의 전산자료가 부족해 차명계좌로 넘어간 자금의 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민영 최예슬 기자 my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