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사실

딸은 취업준비생, 아버지는 은행 임원이었다. 딸은 아버지가 다니는 은행에 지원했고 부녀는 집이 아닌 면접장에서 만났다. 면접을 통과한 딸은 ‘취뽀(취업 뽀개기)’에 성공했다. 아버지는 그만뒀지만 딸은 여전히 그 은행을 다니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2015년 공개채용에서 당시 인사담당 A부행장보는 딸의 2차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석했다. 면접위원으로 들어온 사람은 A부행장보를 포함해 임원 4명이었다. A부행장보의 딸은 면접위원 점수를 합산한 결과 최종합격자에 들었다. 그는 현재까지 은행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은행은 채용이 끝나고 3개월이 흐른 뒤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 직후 A부행장보와 인사담당 부장을 전보 조치시켰다. A부행장보는 2016년, 인사담당 부장은 지난해 광주은행을 떠났다. 지난달에 진행했던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로 외부에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광주은행은 인사조치까지 하고도 쉬쉬하다 지난 1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검찰 수사도 시작된다. 초점은 A부행장보가 자신의 딸에게만 후한 점수를 줘 합격시켰는지 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면접점수는 공개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은행 본점에서 광주지검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한 서류 등을 상자에 담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새로 취재한 사실

그렇다면 특혜채용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딸은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퇴출이나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해당 임원은 전보 조치했지만, 이 임원의 자녀를 퇴사시킬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없다”고 했다. 이는 광주은행만이 아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특혜채용 논란을 일으킨 우리은행은 물론 이번에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시중은행들도 부정채용 관련 규정이 없다.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대로 다니고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등 최종 결과가 나온 뒤에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혜채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입법에 나서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이번 주 중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은 채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외부전문가를 포함하고, 심사위원이 구직자의 친족이나 직접 이해관계가 있으면 채용심사위원회에 즉각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금융권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는 취업을 위해 노력 중인 청년층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며 “이번 법안으로 우리나라가 ‘금수저’의 나라가 아닌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석호 안규영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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