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울렸다. 남북한 선수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 올림픽이 마침내 큰 걸음을 내디뎠다.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은 가장 마지막인 91번째로 입장했다. 92개국이 참가했지만 남북한이 공동입장 하면서 91번째가 됐다.

남북한 선수단의 기수는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합류한 북한의 황춘금이었다. 두 사람은 맨 앞에서 상기된 얼굴로 커다란 한반도기가 걸린 깃대를 움켜쥐었다.

뒤따르는 선수들은 모두 손에 작은 한반도기를 하나씩 들고 힘차게 흔들었다. 서로를 보며 웃었고 관중을 보며 인사했다. 몇몇 선수들은 한손으로는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한반도기를 흔드는 서로를 찍어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남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뒷자리에 있던 북한 고위급대표단도 남북한 선수단을 응원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두 손을 번쩍 들어 큰 박수를 쳤고,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손을 흔들며 반겼다. 곧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뒤에 있는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과 또 한 번 웃으며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문재인정부는 올림픽이 다가오기 전부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북핵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나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연합훈련연기를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남북 단일팀을 밀어붙이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88년 서울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대회는 평화와 화합의 축제를 예고한다.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슬로건으로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을 내걸었다.

북한은 서울올림픽에 불참했지만 이번은 참석했다. 계속된 갈등과 반목의 시간을 보냈던 남북 양측은 이번 올림픽을 맞아 우여곡절 끝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이끌어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은 분단의 장벽을 넘어 육지와 바닷길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왔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와 관람객들은 평화와 화합의 출발을 지켜보는 역사의 목격자가 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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