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가상화폐가 롤러코스터처럼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면서 20~30대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급변하는 시세를 확인하느라 잠자리에 들지 못해 낮에는 활력을 잃고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까지 잃고 식욕 부진과 집중력 저하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회식 자리에서 휴대폰만 바라보다가 상사로부터 지적을 들었다"며 "비트코인 가치가 하락하면서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밥 먹을 때나 술 마실 때도 휴대폰으로 실시간 시세를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상통화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9일 오후 2시20분 기준 906만8000원이다. 지난달 7일 25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지난 6일 70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1000만원을 기점으로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던 비트코인은 이날 900만원 선을 겨우 회복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가격 조작설, 인도의 규제 예고 등 글로벌 규제 소식에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상통화와 관련된 모든 웹사이트를 차단했다.

또 우리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이 실명 확인을 한 계좌를 통해서만 가상 화폐 거래소 입출금이 가능해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 대학생 등은 전자 금융 이체가 하루 30만원으로 제한, 신규 투자금 유입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강 물 얼었나요?"라는 글과 함께 '한강 가즈아~'를 외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즈아'는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가상화폐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말로 쓰인다. 반대로 '한강 가즈아'는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져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의 집단적 절망감을 표현한다.

대학원생 박모(27·여)씨는 "전문직이었던 남자친구가 비트코인 투자로 재미를 보더니 회사를 그만뒀다"면서 "처음 투자할 때보다 손해를 본 건 아니지만, 하루에도 몇백만원씩 가격이 내려가자 우울해 한다. 최근 말수도 부쩍 줄어들었다. 주말에 데이트하려고 만나도 남자친구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영화관에서도 졸거나 핸드폰을 수시로 꺼내 보더라"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트코인을 팔지 말지를 고민한다"면서 "내일이면 오르겠지 생각으로 가지고 있다가 가격이 더 내려가는 날이면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런 날은 친구들과도 대화 하고 싶지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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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젊은 층도 나타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지난달 31일 부산에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던 대학생(21)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대학생은 지난해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해 원금의 10배를 벌었지만 최근 시세 폭락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며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30대 회사원 A(30)씨가 동작구 집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은 유족 진술 등으로 미뤄 A씨가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비관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진 젊은 층들이 비트코인으로 성공해야겠다는 기대감이 클수록 우울감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고 말한다. 기대감이 실망감과 좌절감으로 바뀌면서 무기력함에 빠져드는 등 삶의 의욕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장을 얻기도 힘든 젊은 세대들에게는 적은 자본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계기였던 비트코인이 유일한 기회였는데 가격이 폭락하니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비트코인도 도박처럼 중독성이 있다"며 "가격이 급락하면 손실을 복구하려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나도 모르게 중독성에 빠져들고 고립돼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번 경험 때문에 기대감이 점점 커진다. 그러다 보니 가격 급락에 따른 실망감과 좌절감이 생기고 우울증과 무기력증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층들이 너무 쉽게 이익을 취하려는 심리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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