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9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사전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하는 한반도호(號)가 시동을 걸었다.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북핵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을 동참시키는 게 문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다. 문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게 북·미 대화 의사를 조심스럽게 타진했지만 북한은 여전한 반미 감정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과연 남북 대화를 이끌면서 동시에 북·미 대화도 성사시키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또 대북 지원만 하고 핵·미사일은 저지하지 못했던 ‘지난 실수’를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섰다.

김 위원장의 대남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에 만날 용의가 있다’며 북한 방문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북·미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는 지를 에둘러 타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중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남북 관계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도 밝혔다”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라는 두 개의 축이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뜻에서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북한 대표단에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을 뿐 별다른 답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접견과 오찬 도중 반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에 대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고민은 이 지점에 있다.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제재 국면을 남북 관계를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미국은 남측이 북한의 이같은 계략에 넘어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정부는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북한을 북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한다.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펼쳐지는 셈이다.

정부의 외교적 입지도 매우 협소하다. 만약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 지원이나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하려 한다면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된다. 그렇다고 남북 관계를 소홀히 하고 미·일과 함께 대북 제재·압박에만 치우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이 군사옵션 사용을 검토하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재진입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에게 “여건을 만들어보자”고 말한 건 이같은 어려움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은 과거처럼 순탄하게 성사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일단 미국과 북한을 각각 설득해 북핵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의미 있게 이뤄지려면 한반도 안보 환경과 여건이 무르익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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