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요청과 관련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있는 그대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과의 오찬을 겸한 접견 자리에 파란색 파일을 들고 등장했다. 이 파일에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가 담겨있었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약 2시간40분간 진행된 접견·오찬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김 특사는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방북 요청에 대해 ‘여건 조성’과 ‘성사 의지’를 동시에 밝힌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는 얘기였다”며 “발언 그대로 해석해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서 당초 문 대통령이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고 했다가 말을 주워담은 것은 남북관계 진전만으로는 일촉즉발 상황에 처한 한반도 긴장을 풀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최대한의 압박을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자칫 북한과의 대화에 치중하다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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