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후 7시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바로 왼편에 앉아 1시간40분간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북한 대표단은 객석에서 함께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드는 등 부쩍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공연 직전 북한 대표단과 만나 “우리가 만난 것이 소중하다.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말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바쁠 텐데도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기쁘고 인상적”이라며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답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에 앞서 서울 중구의 반얀트리 호텔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환송만찬에도 참석했다. 만찬은 우리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 부부장은 만찬에서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한다”며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이) 생소하고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았다”며 “하나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어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며 ‘우리는 하나다’ 구호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2박3일 방남 기간에 우리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모두 나서서 이들을 최고 수준으로 환대했다. 김여정 일행은 이날 이틀 간 묵었던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이낙연 총리와 오찬을 했다. 오찬 자리는 북측이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영남은 오찬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 “통일 전에 평양에서 발레공연을 해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겐 “경평축구대회를 다시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경평축구대회는 1946년 마지막으로 열린 남북 친선 축구대회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과 사흘 간 매일 일정을 함께했다. 방남 첫날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장에서 만난 데 이어 둘째 날인 10일에는 청와대에서 면담과 오찬을 함께했다. 마지막 날에는 서울 국립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까지 함께 관람했다. 만난 횟수는 4차례다.

북한 대표단은 지난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여정은 특히 이른바 ‘백두혈통’으로서는 처음으로 남측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KTX 열차를 타고 곧바로 평창으로 이동한 이들은 평창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올림픽스타디움의 귀빈석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김여정은 특히 입장할 때 김 상임위원장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악수하기도 했다. 고위급 대표단장이 북한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이긴 했지만 김여정이 지닌 실질적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여정 일행은 방남 둘째 날인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오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대표단은 청와대 방문 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보기 위해 강릉으로 이동했다. 앞서 조명균 장관 주재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만찬도 함께 했다. 김여정은 최문순 강원지사가 “서울 방문이 처음이시죠.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처음입니다. (하지만) 낯설지 않습니다”고 답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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