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윌리엄슨이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는 모습. SWNS.COM

누군가에게는 한 없이 따뜻했을 크리스마스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없이 괴로운 하루였을 수 있다. 아니, 특별히 더 괴로울 것도 없다. 순간을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는 이날도 춥고 외롭고 힘겨운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리 윌리엄슨은 운전 중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인을 발견했다. 평소였다면 그냥 지나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갖고 있던 담요, 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주었다. 간단한 간식거리도 챙겨주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마음 한편으로 조금은 뿌듯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난 6일 황당한 벌금고지서를 받았다.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는 것이 교통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벌금으로 70파운드(약 10만6000원)가 부과됐다.

그도 해당 규정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더 황당했다. 버스정류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강화된 것이었는데, 해당 버스정류장에서 이 규정은 쓸모가 없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도로는 평소에는 이동 차량이 너무 많아 버스정류장에는 어차피 차를 세울 수 없다. 하지만 당일은 크리스마스였고 차와 사람 모두가 없어 한적했다. 때문에 버스정류장 앞에 차를 세우는 것이 위험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가 차를 세운 이유는 노숙인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분명 내가 왜 차를 세웠는지 시 의회에서 보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해당 규정을 강화하면서 버스정류장 인근 감시카메라 수를 대폭 늘렸기 때문에 윌리엄슨의 선행도 녹화가 됐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택시를 세운 뒤 노숙자에게 물건과 음식을 아주 잠시 건네주고 다시 돌아가는 그 장면 말이다.

윌리엄슨은 “추위에 떠는 노숙자를 돕기 위해 차를 잠시 세웠던 것 뿐”이라면서 “벌금 고지서를 보낸 시 의회가 조금 더 신중하고 상식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벌금을 절대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의회 측은 “비록 크리스마스 당일, 버스가 운행되지 않았을 수 있으나 보행자나 자전거가 여전히 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는 것은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그가 선한 의도로 행동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해 법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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