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8시부터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이날 개회식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온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비롯해 북한 고위급대표단도 참석했다. 김 제1부부장의 옆자리에는 북한 헌법상 최고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았다.

태극기가 게양될 때 김 제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한 응원단도 모두 기립했다.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북한 인민들이 태극기가 게양될 때 다같이 일어나 예의를 갖춘 것이다. 다만 이들은 남한 사람들처럼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얹지는 않고, 차렷 자세로 서있었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손을 가슴에 얹지 않는다”며 “국가(國歌)가 나오고 국기가 게양되면 일어서서 차렷 자세를 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을 얹지 않은 건 예의가 없는 게 아니다”라며 “기립 자체로 예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북측 대표단의 이런 모습도 계획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기게양 때의) 기립은 갑자기 닥친 일이라기보다는 예행 연습이 돼있었을 것”이라며 “상대국에 대한 예를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 제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 등의 기립을 “예를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상대지역인 대한민국 땅에 와있고 올림픽 행사기간에 왔다”며 “국기에 대한 경례는 외교적 의례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을 것이고, 정상국가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예의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의 기립이 ‘방남 내내 북측 대표단이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고 교수는 이와 관련해 2005년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 30여명이 남측 현충원에 방문한 사실도 언급했다. 헌화나 분양 등의 절차는 생략됐지만, 당시 북측 대표단은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이라는 구호에 맞춰 약 5초 동안 짧은 묵념을 했다. 이는 남측 대표단이 평양에서 ‘혁명 열사릉’에 참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고 교수는 향후 남북대화가 당분간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이) 계기가 돼 비핵화프로세스가 지속될 수 있다면 남북대화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복잡한 과정이 있어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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