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이 13일 강릉 경포해변 산책길을 걷고 있다. 지난 7일부터 강원 인제군 인제스피디움에 숙박 중인 이들이 올림픽 경기장 이외의 장소로 나들이를 나온 것은 처음이다. 북한 응원단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릉=김지훈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은 북한 응원단 229명이 방남(訪南) 6일 만에 바깥 나들이를 했다. 강릉 경포대와 오죽헌을 돌아보는 응원단 곁에는 이들을 보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북한 응원단이 경기장 밖 세상을 접하기는 처음이다. 이들은 그동안 강릉에서 차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숙소(인제스피디움)와 경기장만 오갔다.

북한 응원단과 북한 취재진 등을 태운 버스 8대는 13일 낮 12시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앞에 멈췄다. 버스에서 내리는 응원단은 붉은색 트레이닝복 상하의와 흰색 털모자, 하얀색 아디다스 운동화로 복장을 맞췄다. 100m 떨어진 경포대 해변까지 산책로를 걷는 동안 시민들은 손을 흔들거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응원단은 수학여행을 온 학생처럼 부끄러운 표정을 짓거나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 응원단원은 나이를 묻자 “20대입네다”고 대답했다. 이름을 묻자 그냥 “평양 처녀”라고만 했다. 앳된 얼굴의 다른 응원단원은 “북조선에도 해수욕장이 잘 돼 있다. 자주 놀러간다”고 강조했다. “남조선 사람들이 북조선에 올라와도 똑같이 반겨줄 것이다. 같은 동족인데…”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응원단을 인솔하던 중년 남성은 “남이나 북이나 동해바다는 참 장쾌하고 속이 뚫린다. 조선의 바다는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남쪽에서 먹은 음식 중에 무엇이 가장 맛있었냐는 질문에는 “민족의 정기가 어려 있는 김치”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치 맛은 남조선과 북조선이 같다”고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 강릉으로 놀러왔다는 이유진(21)씨는 “(북한 응원단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너무 반가워 저절로 손을 흔들게 됐다”고 했다.

북한 응원단은 오후 1시쯤 한 웨딩홀로 자리를 옮겨 뷔페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탁에는 굴전과 동태전 등 각종 전을 비롯해 초코케이크 등이 놓였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응원단은 강릉시 죽헌동에 있는 오죽헌을 찾았다. 20여분 동안 율곡기념관과 향토민속관, 강릉시립박물관 등 주변 코스 1㎞ 가량을 돌았다. 응원단 인솔자 가운데 한 명은 율곡 이이 영정이 있는 문성각을 지나면서 “북조선에서도 율곡 선생에 대해 배운다. 조선 역사가 서로 다를 게 있느냐”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오후 4시 강릉 시민들 앞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다. 취주악단은 북과 트럼펫, 트롬본 등으로 ‘반갑습니다’ ‘아리랑’ 등을 연주했다. 응원단은 손뼉을 치고 몸을 흔들며 시민들 호응을 유도했다. 이들은 ‘안녕히, 다시 만나요’를 부른 뒤 하루 간의 짧은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민족 명절인 설 연휴에 북한 응원단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강릉=이형민 이재연 김지애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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