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핵심 인물 최순실(62)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괴성을 질렀던 결심공판과는 대조적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2시간 30분 동안 쉴새 없이 이어졌다. 최씨는 재판부가 주문을 읽는 내내 별다른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가끔 바닥을 내려다 보거나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깊은 한숨을 내 쉴 뿐이었다.

재판 시간이 2시간을 넘기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최씨에게 변화가 생겼다. 재판장이 형량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기 직전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한다”며 휴식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법정 옆 대기실에서 6분 정도 휴식 취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휴정을 요청했다. 검찰이 최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약 78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직후였다. 최씨는 대기실로 이동해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몇 차례 계속된 고함과 괴성은 법정까지 생생히 들려왔다. 30분 뒤 법정으로 돌아온 최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코를 훌쩍대며 울먹였고, 휴지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날은 달랐다. 최씨는 징역 20년이 선고되는 순간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했다. 법정 방청석에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구급상자를 준비한 법정 직원이 대기 중이었다. 우려와 달리 최씨는 차분했다. 재판이 끝난 후 그는 변호인단과 무언가를 상의한 뒤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일부 재판 방청객은 선고 공판이 끝나자 비아냥대듯 “김세윤 만세! 특검 만세!”라며 “이게 무슨 재판이냐? 대통령이 무슨!”이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2시간 이상 강행군에 피고인들에게 항소 기간 안내를 빠트리는 실수를 했다. 재판 종료 6분여 만에 재입정해 피고인들에게 “일주일 내 항소 제기가 가능하다. 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면 되고 고등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공지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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