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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보이, 설상종목 첫 메달 캐러 갑니다∼

한국 스노보드 대표 이상호가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 종목에 출전해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22일 평행대회전 예선·24일 결선 치러… 시즌 랭킹 9위

작년 삿포로 亞동계대회 2관왕
한국 스노보드 첫 亞대회 제패
3월 FIS 월드컵선 은메달 획득
홈 이점 안고 새로운 역사 도전

스키 대표 최재우(24)가 아쉽게 이루지 못한 한국 올림픽 사상 첫 설상종목 메달의 꿈을 스노보드 대표 이상호(23)가 이어 받았다. ‘배추보이’ 이상호는 홈경기라는 이점을 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최재우는 12일 열린 프라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결선 때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착지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12위에 그쳤다. 최재우는 한동안 슬로프를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었다.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던 그이기에 한 순간의 실수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최재우가 4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약하게 되면서 ‘설상종목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는 이상호에게 돌아갔다. 이상호는 22일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예선을 앞두고 있다. 24일 열리는 결선 무대까지 무난하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스노보드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내려와 누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알파인 스노보드라고도 한다. 예선 기록 상위 16명이 결선에 올라 16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이상호의 별명은 ‘배추보이’다. 어린 시절 강원도 정선군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한 사연 때문이다. 그는 축하의 의미로 꽃다발 대신 배추를 받아 눈길을 끌기도 한다. 나이답지 않게 침착해 동료들은 그를 ‘곰’이라고 부른다.

배추밭 눈썰매장에서 꿈을 키운 이상호는 한국 설상종목의 역사를 이미 여러 차례 새로 썼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라 한국 스노보드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을 제패했다. 같은 해 3월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평행대회전 종목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월드컵 메달이다. 13일 현재까지 FIS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설상종목 선수는 이상호와 최보군(스노보드) 뿐이다.

올 시즌 이상호의 성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월드컵에서 한 번도 4강에 들지 못했고, 두 차례 7위에 오른 것이 전부다. 시즌 랭킹은 9위다.

그러나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때 자신감을 비쳤다. 그는 “월드컵은 올림픽으로 가는 여러 대회 중 하나”라며 “현재 컨디션도 좋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여유를 보였다. 실제 이상호는 평창올림픽 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과 인터뷰도 자제하고 있다.

여기에다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는 이상호가 어려서부터 제집 드나들 듯 하던 곳이다.

이상호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설상종목 선수들이 지내는 평창 올림픽선수촌이 아닌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숙소로 쓰고 있다. 평창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컨디션을 조절 중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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