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 아들 위해
IT의료기기 만들었다가 고발당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엄마

김미영씨의 아들은 4살 때 소아당뇨병(1형당뇨)에 걸렸습니다. 미영씨는 새벽에도 깨 아들 손을 바늘로 찔렀습니다. 수시로 피를 뽑아 혈당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네 살배기 손가락 끝에는 바늘자국이 촘촘했습니다.

(김미영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대표)
“운동도 못하게 했어요. 저혈당으로 쓰려질까봐. 유치원 때 축구 교실을 그렇게 가고 싶다고 그랬고 태권도도 가고 싶다고 그랬는데 한 번도 못 보냈거든요. 기존의 혈당측정 방법으로는 희망이 없었어요.”


미영씨는 아픈 아들을 위해 해외 사이트를 뒤졌고, 피를 안 뽑고도 혈당 체크가 가능한 의료기기를 발견했습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미영씨는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연동시켜 원격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만들었고 2015년 12월 1일,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줬습니다.

(김미영 환우회 대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외부에 나갔을 때 원격으로 혈당을 볼 수 있어야 되는데 (해외 커뮤니티에는) 원격 모니터를 할 수 있는 앱도 있고 소스도 있고 하드웨어 같은 설계도들도 다 올라와 있거든요. 납땜도 해야 하고 배터리도 넣어야 해서 IT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걸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미영씨가 사용 후기를 소아당뇨환자 커뮤니티에 올리자 많은 가족들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미영씨는 체코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한 뒤 스마트폰으로 혈당을 볼 수 있게 개조해 환자 가족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윤숙정 환우회 회원)
“저희는 밤에 잠도 못 잤어요. 두 시간마다 깨서 아기 혈당 체크하고. 전업 주부다 보니까 (아이가) 1학년 입학하고 쉬는 시간마다 학교를 갔었어요.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 서서 혈당 체크해서 애 들여보내고. 7~8살 그렇게 지내다가 9살 때 소명이 엄마(미영씨)가 저희한테 같은 1형당뇨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아픈 아이 부모로서 그걸 가르쳐 준 거거든요”

아픈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희생이었지만 미영씨는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고발당했습니다. 무허가로 해외 의료기기를 들여온 뒤 불법 개조해서 판매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은 국내 대체품이 없는 해외 의료기기의 경우 개인이 쓰기 위해 사는 건 가능하지만 다량으로 구매해서 유통하면 안 되도록 돼 있습니다.

(김미영 환우회 대표)
“(기기를) 친정 엄마가 우체국에서 보냈어요. 회원분들이 친정엄마에게 죄송하다고 택배비 박스비 배송 도와주는 것 해서 그걸 다 포함해서 1만5000원 보냈어요. 그걸 식약처에서는 수수료 받은 거라고…”

(박영옥 환우회 회원)
“그 돈 드리면서도 너무너무 죄송했었거든요.”

식약처는 대기업을 퇴사한 미영씨가, 2년 동안 3억원어치 물품을 대신 구매하면서 수고비 및 환율차이로 고작 90여만원 남은 게 수익 목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식약처 관계자)
“무허가 수입을 하신 거죠. 또 성능을 높이려고 일부 부품을 수입해서 제조해서 또 판매를 하신 부분들이 있고요”

소아당뇨환자 가족들은 식약처의 이런 해석에 항의했습니다. 일반 환우 부모들은 이런 의료기기가 해외에 있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스마트폰 원격 제어 기능을 개발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박영옥 환우회 회원)
“미영씨 같은 경우는 1형 당뇨 외국사이트를 다 뒤져서 그걸 찾아냈지만 (다른 부모는) 영어를 읽고 그걸 다 이해하는 분들이 거의 드물 거라고 생각하고요. 아무리 내 자식 아프고 열의를 갖고 있지만 보통의 엄마로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요”

미영씨는 과거 연속혈당측정기 정식 수입을 식약처에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만간 검찰에 송치될 예정입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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