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해변 우거진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에서 우리나라 첫 금빛 소식이 전해졌다. 강릉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컬링 등이 열린다. 주변에는 유명 관광지가 널려 있다. 관광지마다 소나무가 우뚝하다. 쭉쭉 뻗어 있는 소나무 풍경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올림픽 경기도 보고 관광도 즐길 수 있는 솔향 그윽한 강릉으로 떠나보자.

지난해 10월 올림픽 아리바우길이 개통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기고 강원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올림픽 개최도시인 정선과 평창, 강릉을 하나로 잇는 명품 트레킹 코스다. 9개 코스에 총 연장 131.7㎞에 달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소나무의 기품과 향기를 느끼기에 좋은 길이 7코스다.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게스트하우스에서 명주군왕릉까지 이어지는 11.7㎞다.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 아리바우길 7코스에서 만나는 어명정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탁 트인 풍경과 함께 마음을 씻어준다. 정자 복판에 베어낸 지름 90㎝의 금강소나무 그루터기가 있다.

대관령박물관 건너 강릉힐링리조트나 보현사를 찾아가면 된다. 보현사 직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이곳이 들머리다. 나무계단을 밟고 비밀의 통로를 헤집듯 숲으로 든다. 초입부터 길섶 산비탈의 소나무들이 범상치 않다. 반듯하고 잘생긴 금강소나무다. 소나무와 함께 걷는다. 붉은 표피로 단장한 금강송들이 쏟아내는 향내가 온몸을 파고든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숲을 지나자 유순한 길이 이어진다. 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소나무, 오른쪽은 참나무숲이 펼쳐지며 극적인 대조를 보인다. 소나무 사이로 멀리 선자령의 풍차가 시야에 잡힌다. 숲길을 지나면 임도와 만난다. 탁 트인 풍경이 반갑다. 600여m를 더 가면 어명정이 길옆에 서 있다. 원래 아름드리 노송이 있던 자리다. 2007년 11월 29일 광화문 복원을 위해 벌채한 소나무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베어낸 3그루의 금강소나무는 밑동 지름 90㎝의 대목이었다. 당시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나무를 베기 전에 위령제를 지냈다. 그리고 도끼로 소나무를 내려치기에 앞서 ‘어명이오!’를 외쳤다고 한다. 베어낸 그루터기 위에 세운 정자가 어명정이다. 어명정 안으로 들어가면 베고 남은 금강소나무의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 멀리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푸른 바다도 어슴푸레하게 펼쳐진다.

정자에서 임도를 가로질러 나무데크를 산길로 오른다. 활엽수림 가운데 우람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거대한 숲을 이룬다. 마음을 맑게 하는 숲이 이어진다. 그늘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멧돼지들이 진흙 목욕을 한다는 ‘멧돼지 쉼터’를 지나면 펑퍼짐한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에 홈이 패여 있는 것이 술잔과도 같아 ‘술잔바위’로 명명됐다.

술잔바위에서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억새가 배웅하듯 늘어서 있는 임도를 지나면 7코스 끝인 명주군왕릉이다. 명주는 강릉의 옛 지명. 신라 시대 때 원래 왕이 돼야 했던 신라 무열왕의 5대손 김주원의 묘다. 선덕왕의 뒤를 이을 뻔했지만 원성왕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훗날 원성왕은 김주원을 ‘명주군왕’에 봉했고 이 일대를 식읍으로 내렸다. 김주원은 강릉 김씨의 시조다.

강릉 경포대 인근 초당동에는 조선시대 이름난 이들의 생가가 몰려 있다. 조선중기 개혁을 꿈꾼 사상가 허균과 천재적인 문학가이자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허초희)의 기념공원관도 마련돼 있다. 초당동은 이들 오누이의 부친인 허엽의 호인 ‘초당’을 따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 경포대 인근 초당동에 있는 허난설헌 생가. 고풍의 기와집을 둘러싸고 있는 토담과 주변 솔밭이 조화롭다.

초당순두부촌을 지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에는 기념관과 초희전통차 체험관 뒤로 생가와 솔밭이 있다. 고풍의 기와집 생가를 둘러싸고 있는 토담과 주변솔밭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허균은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탓에 고위관직에 있을 때도 남들의 미움을 사 유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사신이 조선을 방문할 때 그만큼 유능한 외교관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 조정의 부름을 여러차례 받았다.

허초희는 당대 최고의 여류 문인이었다. 남존여비가 강한 시대에서 여성으로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분노를 안고 살았다. 평생 원망하면서 죽을 때까지 가슴에 한을 품고 간 것 세 가지는 ‘조선에 태어난 것’ ‘여자로 태어난 것’ ‘김성립(남편)에게 시집간 것’이라고 한다. 공원 내에 있는 허난설헌 동상에는 그가 어린 딸과 아들을 두 해에 걸쳐 연이어 잃은 엄마로서의 슬픈 감정까지 잘 표현해 낸 시가 적혀 있다.

강릉시 송정동에 위치하고 있는 송정해변은 송림으로 유명하다. 송림은 고려 충숙왕의 부마 최문한(崔文漢)이 송도에서 강릉으로 올 때 소나무 8그루를 가져와 이곳에 심고 팔송정이라 했다. 이후 마을 이름이 송정으로 바뀌었다. 길이 700m, 면적 2만8000여㎡의 백사장과 주변의 송림은 임진왜란 때에 왜군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한다. 우거진 소나무 숲에 아주 잘 형성된 산책로가 있다.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칠성산 자락에 울창한 소나무숲을 자랑하는 강릉솔향수목원이 있다. 규모는 약 78만5000㎡. 1127종 22만 본의 식물로 조성됐다. 특히 ‘천년숲속 만남의 장’이라는 주제로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가 잘 가꿔져 있다. 입구에서부터 물소리, 솔향기 등을 접할 수 있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숲길 생태관찰로는 휠체어, 유모차 등이 접근하기 쉽게 경사로를 10%내로 설치됐다. 이곳에서 오는 18일까지 오후 6∼10시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이 진행중이다. 2.6㎞의 트레킹 코스를 따라 미디어아트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태백의 전설을 재구성했다.



강릉=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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