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강검사 키트. 인영이는 허리주사라고 부른다. 몸을 구부른 채 긴 바늘이 허리에 들어올때 인영이는 소리없이 운다.

7번째 집중 항암 치료다. 인영이는 며칠 전부터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느새 커서 서울 호텔에 오면 허리주사(척수검사)를 맞는 줄 안다. 긴장을 풀어주려 하루 일찍 서울에 와서 수영을 시켜주고 스파게티도 사줬다. 인영이만큼은 아니지만 매번 긴장되긴 아내나 나나 마찬가지다.

새벽에 창가 자리를 맡는 일부터 시작된 치료의 일상. 인영이는 크면 클수록 더 눈물이 많아진다. 아기 때는 아플 때 잠깐 울고 힘들 때 찡그리다가도 이내 웃음을 찾았는데 지난 연말부터는 병원생활을 부쩍 우울해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웃지 않았다. 전날 밤 늦게까지 함께 웃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봐도 집에 가라고 했다. 엄마가 이유를 물어 보니 자기 아픈 거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했다고 한다.

12시간 쉴 새 없이 몸에 흘러들어간 항암제와 수액에 얼굴이 퉁퉁 부었다. 아무 것도 못 먹고 토하기만 하더니 숙소에 돌아와 컵라면을 먹고 싶다했다. 반쯤 먹다 다시 토하더니 유튜브로 라면 먹는 동영상을 보다 잠들었다.

첫 번째 겨울에는 어디가 아픈지 말도 못한 채 서울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었다. 다음 겨울에는 안고 가는 아빠의 등을 토닥여줬다. 이번에는 “이제 허리주사 몇 번만 맞으면 돼”라고 물었다. 올 가을 인영이 치료가 종결되니 이번이 마지막 겨울이다. 봄이 오고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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