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성폭력을 발본색원해 달라”고 주문하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그중 하나는 “사법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수사하라”는 것이었다.

꼭 일주일 만에 ‘고소 없어도 적극 수사’의 첫 타깃이 나타났다. 대권주자 반열에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렇게 됐다.

◆ 충남경찰청 ‘안희정 성폭행’ 인지수사 착수

경찰은 성폭행 혐의가 제기된 안희정 지사 ‘수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가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인지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5일 공개된 안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충남지방경찰청이 인지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충남경찰청 2부장(경무관)이 직접 관여하는 체제로 진행된다.

안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안 지사의 수행비서·정무비서 업무를 맡으면서 안 지사에게 네 차례 성폭행과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안 지사 측은 폭로 직후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아닌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안 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안 지사가 몸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성폭행 폭로 직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안 지사에 대한 출당·제명 절차를 진행했다. 추미애 대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 文대통령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보회의에서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말고 범정부 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해 성폭력을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젠더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를 상대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사회곳곳에 뿌리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한다는 생각으로 유관부처가 범 정부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들을 격려하고 지지했다. 이어 “사법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 관심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부끄럽고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문화와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만큼 범사회적인 미투 운동 확산과 분야별 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용기 있게 피해 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2차적 피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이철성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범죄와 관련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 위주로 19명가량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온 사안은 물론 SNS에 올라온 성폭력 피해 폭로 글, 언론보도, 관련 제보 등을 살펴본 뒤 공소시효 완료 여부, 법 개정에 따른 친고죄 해당 여부 등을 확인해나갈 방침이다. 1차 수사대상은 유명인 위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친고죄 폐지 이전에 일어난 사건은 실질적 형벌 가능성이 없다 해도 추후 그런 문제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들여다볼 것”이라며 “이밖에 드러나지 않지만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서면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 사건 수사는 일선 경찰서의 서장(총경), 지방경찰청의 2부장(경무관)이 직접 관여하는 체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